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후 ‘법인’ 동일인 유지…공정위, 친족 경영 참여 여부 따라 ‘개인’ 지정 검토 중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뜻한다.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법상 기업 집단의 정점에 있는 ‘총수’로서 지위를 갖게 되며, 본인을 포함한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역 공시 의무가 엄격히 적용된다. 동일인 지정 형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자연인 지정 여부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인 특수관계인(친족)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나, 그 계열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대상으로 부당한 이득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부당 내부거래가 대표적이다. 동일인 지정 이후 관련 공시 및 규제 의무 위반 사실이 확인되거나 부당 내부거래가 인정될 경우 공정위 조사와 함께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총수 일가의 국내 계열사 지분 미보유 △친족의 경영 참여 부재 △총수 일가와 계열사 간 자금대차·채무보증 부재 등을 두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쿠팡이 이들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지만, 충족 여부에 변수가 생길 경우 동일인 지정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거대 플랫폼 기업인 쿠팡에 대한 사회적 관리·감독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김 의장이 법인 동일인 지정 체제 하에서 실질적인 감시와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공정위의 최근 재검토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재검토 과정에서 쿠팡 측이 주장해온 ‘총수 일가 경영 미참여’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남동생인 김유석 부사장 부부가 지난 4년간 약 140억 원의 고액 보수를 수령한 사실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공정위는 지난 1월 조사에서 김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인사와 물류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황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 변경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친족 경영 참여 여부가 파악될 경우 동일인을 개인으로 변경할 수 있다”라고 말해, 김 의장의 자연인 지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요신문i’는 지난 21일 김 의장 동일인 지정 관련 쿠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쿠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