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안철수 ‘서울 치료사’…시장 경험 오세훈 ‘민심 해결사’…유일한 여성 나경원 ‘푸근한 엄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서울 치료하는 의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의사 출신이라는 전공을 충분히 살려 “서울을 치료하겠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1월 15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 의료 자원봉사를 했다. 이날 안 대표는 파란색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했다.
앞서 안 대표는 코로나 1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3월에도 대구를 찾아 의료봉사를 한 바 있다. 당시 방호복을 벗고 땀에 젖은 차림으로 나타난 ‘의사 안철수’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를 향해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방호복 안철수’로 여론 장악도 측면에서 주가를 올렸다는 평가다.
이어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분야에서 국내 선구자라는 점을 십분 활용, IT(정보기술) 전문가라는 차별성을 선거전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IT를 시민생활과 접목시키는 스마트 시티 구축 계획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1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채취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안 대표는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외국 생활에서 열심히 익힌 마라톤 기술도 선거전에 이용하는 중이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뛰자는 연락이 오면 함께 뛰면서 스킨십을 보여준다. 스킨십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그는 ‘뛰고 달리면서’ 과거와 다른 이미지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 역시 마라톤이 자신을 몰라보게 달라지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사람들과의 만남의 폭도 넓어지지만, 마라톤을 한 뒤 숙면을 취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를 통해 하루 종일 이어지는 ‘정치인의 일정’에도 피곤한 줄 모른다고 전하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정책, 이태규 사무총장이 전략과 조직을 떠맡으면서 안 대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노년층 공략도 눈에 띈다. 안 대표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순 전 서울시장 등 각계 원로들과 잇따라 만났고, 노인층을 겨냥해 1월 18일에는 ‘서울시 손주돌봄수당’도 공약했다.
안 대표는 “조부모가 돌봄 노동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현실에서 정당한 사회적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친·외가 구분 없이 주 양육자인 조부모 1인당 20만 원(손주 한 명 기준)에서 40만 원(쌍둥이 또는 두 아이 돌봄 기준)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를 ‘강철수 뱃심’으로 뚫겠다는 전략도 달라진 그의 모습이다. 안 대표는 1월 26일 자신이 제안했던 신속한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자 ‘기호 4번’ 후보 등록으로 배수진을 쳤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안 대표 앞에 놓인 최대 장애물은 역시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방식이다. 원샷 경선을 하면 그에게 유리하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뒤 투샷 경선을 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금태섭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도 안 대표에게 악재로 다가온다. 안 대표와 지지 기반이 겹치는 금 전 의원이 야권 통합 경선에 참여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세훈 ‘해결사 리더십’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빅3 가운데 유일한 ‘서울시장 유경험자’다. 때문에 그는 전임 시장이 만들어놓은 도덕적 위기를 단기간에 회복시키고 “우리에게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해달라”는 서울시민들의 아우성 역시 단숨에 보듬어줄 수 있는 해결사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경선 캠프부터 재선 시장으로서의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진용을 꾸렸다.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 등 시장 재직 시절 함께했던 옛 동료들을 부르는가하면 박찬구 류관희 전 시의원 등 전직 서울시의원들도 다수가 힘을 보태고 있다. 발표하는 공약이 왜 나왔는지를 설명하면서도 본인의 과거 시정경험, 정책사례를 근거로 삼는다. 헛공약이 아니라 잘 아는 사람이 만든 ‘틀림없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1월 27일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공원에서 ‘균형발전 프로젝트 1탄’ 선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특히 자신의 과거 치적을 앞세우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박원순 시정은 실패했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그 전 시장인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는 전략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 치적으로 꼽는 ‘한강르네상스사업’과 관련해 그 연장선상에 있는 비전을 밝히면서, 재개발 대상지로 지정했던 성수전략정비구역, 연트럴파크 등을 찾았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 부동산 등 주거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해결사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첫 공약으로 1인 가구 안심대책을 발표했다. 영국에는 1인가구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보살피는 고독부가 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국민의힘이 약한 기반인 청년층과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년층을 함께 공략하는 전술을 폈다.
또한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직을 던졌던 과거에 대한 반박과 새로운 다짐을 보이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직 사퇴 후 더 많은 공부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서울시민이 바라는 더 나은 인재가 됐다는 ‘담금질론’이다. 그는 시장 사퇴 이후 대학 강의와 영국·중국 연수, 아프리카와 남미 페루에서 시정자문관으로 일한 경험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치 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그를 향한 공격의 소재가 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변호를 하다 최근 설화에까지 휘말리면서, 도리어 총선 패배의 늪에 더 깊게 빠져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1월 27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서울 광진을 지역에 대해 “무엇보다 30∼40대가 많다. 이분들이 민주당 지지층”이라며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이분들은 90% 이상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나경원 ‘푸근한 어머니’
나경원 전 의원은 날카로운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푸근한 어머니, 아이를 열심히 키워온 주부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기 전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딸과 함께 출연, 모든 것을 자녀에게 내어주는 어머니로서의 따뜻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1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아동 여성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묶은 머리로 이미지까지 바꾼 나 전 의원은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우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공약 꾸러미를 맨 앞에 두고 있다. 그는 1월 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가진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을 아동학대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며 시장 직속 서울 아동 행복 지킴이단을 설치하고 안전담당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만 0∼5세 1인당 월 20만 원’ 양육수당 신설 구상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든 원인 제공자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잘못된 행동을 부각시키면서, 빅3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로서 여성 권익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법원이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은 데 대해 나 전 의원은 1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선되면) 대대적 감사와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 나경원이 이끄는 서울시청에서는 이런 끔찍한 성범죄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박 전 서울시장 집무실이 위치했던 6층에 대해 “한 여성 인간의 인권이 유린되고 착취됐다. 범죄 소굴로 전락했다”며 “이 사무실을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나 전 의원은 다선 의원답게 빅3 중 가장 캠프가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탄한 공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조직이 많이 움직여야 하는 당내 경선에 꼼꼼하게 대비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여성이 대접받는 서울’을 앞세운 가운데 김희정 전희경 신보라 등 전직 여성 의원들이 그의 캠프에 다수 들어와 있다. 강효상 김종석 유민봉 전 의원 등 이론과 실물 경제에 능통한 인물들도 포진했다.
나 전 의원도 오 전 시장과 비슷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민주당의 여성 신인(이수진 의원)에게 패배한 바 있다.
예비경선 진출자 8명 가운데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나 전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점도 나 전 의원으로서는 다소 부담이다. 서울시내 구청장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인 조 구청장은 1월 26일 SNS에 글을 올려 “예비경선 20%, 본경선 10%씩 적용되는 여성 가산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나 후보님, 여성 가산점 받지 맙시다. 실력으로 정면돌파합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