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버스 주차 등 학부모 민원에 시교육청 조사…재정 둘러싼 재단 대표-전임 원장 갈등 주장도
육영재단이 어린이회관 부지를 한국애견협회에 임대해 유치원생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이동섭 기자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1월 25일 일요신문에 “서울시교육청이 육영재단에 현장조사를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유치원 학부모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담당 공공기관에 수차례 민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확인 결과 현장조사는 사실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1월 14일 현장조사를 나간 사실이 있다”고 했다.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2020년은 육영재단에게 고난스런 한 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단 주 목적사업인 어린이회관 유치원은 물론이고 근화원, 과학교실 등 목적사업시설 영업에도 차질을 빚었다. 여름철 운영하는 야외 수영장과 겨울 눈썰매장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뚝 끊겼다. 2020년 여름 육영재단은 고육책으로 한국애견협회에 어린이회관 운동장을 임대해 수입을 냈다. 수영장으로 쓰이던 부지가 반려견 놀이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자 유치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원생들이 드나들고 활동하는 시간대에 외부에서 유입된 반려견들이 어린이회관 부지를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보자는 “성인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대형 반려견들이 유치원생이 드나드는 어린이회관 부지를 왔다 갔다했다”면서 “부지 곳곳에 반려견 배설물도 불편한 점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2020년 3월부터 시행한 주차장 임대사업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육영재단 내부 주차장에 월주차를 신청한 차량 대부분은 대형 버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020년 4월 육영재단 측은 “원래 공익법인이라는 게 수익사업을 하라고 권장한다”면서 “거기서 수익이 발생되는 부분은 아이들을 위해서 쓰인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 소재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주차장의 경우 통원 버스를 제외하면 대형 차량들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라면서 “대형 버스의 경우엔 사각지대가 넓어 키가 작은 아이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육영재단 유치원에서 중국산 콩이 들어간 두부를 사용해 학부모들이 반발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육영재단 측은 1월 29일 통화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현장조사를 나왔다”고 인정했다. 육영재단 측 고위 관계자는 “현장조사에선 주차장을 활용하는 버스 기사들이 담배를 폈다는 내용, 버스가 너무 많지 않느냐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면서 “애견협회(가 임대해서 사용하는 시설) 관련 건에 대해 봤다”고 했다.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전경. 사진=이동섭 기자
다른 제보자는 2018년 9월 이진호 전 안양부시장이 육영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부터 재단이 유치원 예산집행에 관여하는 빈도가 늘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이사는 임시 이사제가 운영됨에 따라 서울동부지방법원 승인을 받은 뒤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다.
이진호 대표이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장남인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37기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보자는 “공무원 출신인 이 대표이사는 육사 졸업 이후 장교 생활을 하다 공무원으로 편입하는 ‘유신 공무원’ 시스템 마지막 기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0년 4월 육영재단 측은 이에 대해 “이 대표이사와 박 회장 사이엔 (사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직 육영재단 관계자는 “육영재단 유치원 재정은 항상 독립적”이라면서 “2020년 4월 10년 넘게 원장 직을 맡았던 사람이 일을 그만뒀다. 그 이면엔 유치원 예산을 둘러싼 대표이사와 전임 원장 사이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육영재단이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아 유치원 예산을 가져다 써야 하는데 그 문제를 두고 둘 사이 갈등이 불거졌던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 10년 넘게 유치원에 종사한 원장이 사임했던 것은 버티기 힘든 무언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육영재단 측은 “갈등은 없었다. 전임 원장 개인 의사에 따라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