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당시 ‘공공개발’ 주장 이덕춘 변호사…“㈜자광 요구는 ‘사유재산권 특혜’”
최근 대한방직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권고를 앞두고 공적 개발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도시개발법을 적용한 공공 개발방식을 처음 제안했던 이덕춘 변호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주=일요신문] 지난 1월 23일 전주시 대한방직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숙의토론회를 마치고 전주시에 권고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전주시 공론화위원회가 개발사업자인 ㈜자광의 개발계획을 합법화시켜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효력도 의문시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시나리오 3가지 모두 ㈜자광의 개발계획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특혜시비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공적 개발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도시개발법을 적용한 개발방식을 처음 제안했던 이덕춘 변호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선거용으로 폄하돼 시선을 끌지 못했지만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앞두고 대안으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덕춘 변호사를 통해 도시개발법에 의한 개발방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개발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다음은 일문일답
▲ ㈜자광의 대한방직 부지 개발계획이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십니까?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점을 논하기에 앞서 ‘신용’이라는 개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은 산업사회가 들어서면서부터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자본가와 은행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활용하다가 이후 사회 구성원들 간의 합의에 의해 그 개념이 확대됐습니다. 예를 들어 100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00원짜리 제품이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 ‘신용’이라는 것을 활용해 900원을 빌리는 것입니다. 실제 900원은 없습니다. 개념적인 것이지요. 때문에 신용사회에서는 신용을 지렛대 삼아 100원을 가지고도 1,000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신용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900원 또는 그 이상을 ‘당사자’들의 책임과 희생으로 채워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일부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당위성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대한방직 부지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자본가와 은행들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곤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대한방직 부지가 ㈜자광의 의도대로 개발되었을 경우 신시가지 인구 과밀화와 교통문제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한마디로 전주시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오롯이 전주시민들이 감내해야 합니다”
“개인이 신용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려 가게를 여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본가와 은행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경우 자의든 타의든 부작용에 대한 전주시민의 책임과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전주시민이 당사자가 되어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먼저 ‘신용’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사안 본질은 ‘신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돌아 갈 것 없이 전주시민이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주체로서 과연 ‘900원’을 빌려줄 만한 ‘신용’이 ㈜자광에게 있는지부터 판단한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어떻습니까? 빌려주시겠습니까?”
▲ 공론화위원회가 3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민숙의 토론회까지 마치고 전주시에 권고 절차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평가한다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공론화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절차가 타당했느냐 아니냐 등의 문제보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이 전주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서 공론화위원회가 정치적, 행정적 부담을 감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3가지 시나리오가 시민의 이익을 우선시한 방안이었나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전주시민에게 있어 커다란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개발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서든 시민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결국 공론화위원회의 3가지 시나리오가 전적으로 시민의 이익을 대변한 시나리오였다면 그 소임을 다한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반대이겠죠. 위원회는 제가 깊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는 위원회 스스로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 도시개발법에 의한 공공개발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대한방직 부지는 원래대로 하자면 전주 시민의 땅이었습니다. 1999년 도시개발법에 따라 서부신시가지 도시개발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이때 대한방직 전주공장 전체 부지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일자리와 공장 이전 문제 등에 부딪쳐 50%만 도시개발 사업에 편입됐고 나머지 50%가 현재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결국 당시 전주시가 추진하려던 대로 했다면 대한방직 부지가 지금처럼 도심 한가운데 흉물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땅은 원래대로 하면 전주시민의 땅이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개인 땅이었다면 저런 식의 ‘알박기’가 절대 허용되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대한방직 부지를 원래 주인인 전주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미 대한방직의 ‘알박기’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불됐습니다. 다시 말해 전주시민이 가져가야 할 개발 이익을 대한방직이 일자리를 볼모로 가로챘다는 말입니다”
“공공개발 방식의 이유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1999년 1만 3,000여 명으로 계획됐던 신시가지는 이미 수용 인구의 몇 배를 넘어 과포화 도시가 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난개발이 된다면 신시가지는 도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잘 알다시피 대한방직 부지 일대는 출퇴근 시 가장 교통이 혼잡한 곳이기도 합니다. 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수용해서 반드시 원래 주인인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개발방식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도시개발법에서는 ‘도시개발대상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도시개발법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 방식까지도 법제화해서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도시개발법 59조 국고 보조, 융자 60조 특별회계 도시개발채권 발행 등) 물론 ㈜자광은 소송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만 보고 담대하게 대응한다면 분명 현재보다 나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도시개발법 59조의 국고 보조, 융자, 도시개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수용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면 됩니다. 채권발행과 보조, 융자 등을 활용하고 애초에 서부신시가지를 개발할 때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실제 전주시에서 준비할 예산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주시에서 1990년 서부신시가지를 개발할 당시 예산 편성 과정을 살펴보면 더 명백하게 밝혀질 거라고 봅니다”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앞서 비슷한 비유를 들었습니다만,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인이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집을 짓거나 가게를 여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재산권 행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재산권 행사가 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는 아무리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그 권리가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한방직 부지는 현재 공업용 부지로 그 용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자광은 이 부지의 용도를 주택과 상업시설로 바꿔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광의 요구대로라면 사유재산권 침해에 앞서 ‘사유재산권 특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 가장 바람직한 개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공개발 방식이든 ㈜자광이 주도하는 민간 개발 방식이든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그 주체가 시민이어야 합니다.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오로지 시민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시개발법에 따른 공적 개발을 할 때 어떠한 용도로 대한방직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남는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저출산, 지역불균형발전 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전북의 중심인 전주에서, 그리고 전주의 중심지인 대한방직 부지를 어떻게 개발해야 할까요?”
“비즈니스센터, 아울렛 등 특정 시설이나 특정 기관을 입주시키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한방직 부지가 우리 지역 차세대를 위해서 남아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 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점, 개발보다는 복지가 우선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점,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방직 터는 공적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습니다. 그만큼 대한방직 터가 갖는 공적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대한방직 터의 공적 기능이 없었다면 이런 논의 자체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적 부지에 대해, 그리고 그 개발에 대해서 어떤 정치인도 책임있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공적인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도 올바른 주장을 해서 사회발전과 지역발전을 선도해야 함에도 지역의 정치인들은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어떤 정치인도 책임있는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면피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대한방직 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해야 합니다. 실기하면 다음 세대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ssy14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