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감독 제자들 꾸짖고자 “나를 때려라”…엉덩이 터지도록 34대 때린 후 서울 이모 댁 피신
이만수 전 감독은 김시진 전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지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때는 이 전 감독이 고교 2학년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상고를 이끌던 정동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근 야산을 뛰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선수들은 학교 밖을 나가 불성실한 태도로 훈련에 임했다. 산을 오르지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근처를 지나던 택시기사의 제보로 학교에 알려졌고 정동진 감독의 분노를 샀다.
이만수 전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고교야구가 지금 프로야구보다 인기가 더 많았다. 그중에서도 대구상고는 전국 최강이었다. ‘대구의 자부심’인 학생들이 노는 것을 보고 기사님이 참지 못한 것이다”라며 웃었다.
선수들이 놀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동진 감독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되레 선수들에게 ‘너희를 잘못 가르친 내 탓이다. 나를 한 대씩 때려라’고 말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구타가 만연하던 시절, 선수가 감독을 때리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때 고등학교 2학년인 이만수는 배트를 들고 나섰다.
“감독님은 한번 결단을 내리면 굽히는 일이 없는 분이셨다. 나라도 감독님을 때리지 않으면 그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배트로 사람을 때려본 일이 없으니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 10대를 때렸는데 이미 엉덩이가 다 터진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야구부원 수대로 34대를 때리길 원하셨다. 결국 24대를 더 때리고 마무리됐다.”
대구상고 2학년 이만수의 ‘감독 구타 사건’은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언론에도 내용이 전해졌고 전국에 대구상고 동문들이 ‘이만수를 잡으러’ 대구로 모여들었다. 그는 서울의 이모 댁에 피신을 해야 했다. 이 전 감독은 “다행히도 감독님께서 언론과 선배들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고 오해를 풀어주셨다. 감독님의 대처가 아니었으면 야구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또 이 전 감독은 동갑내기 절친 김시진 전 감독과 남다른 인연도 유명하다. 중학교 동기인 이들은 이 전 감독이 1년 유급을 하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후배 관계가 됐다. 고교 신입생 시절 ‘시진아 반갑다’라고 인사를 건넸다가 선배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일화가 매우 유명하다. 이후 둘은 한양대까지 함께 진학했고 이 전 감독은 김시진 전 감독을 5년간 선배로 깍듯이 모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만수 전 감독은 “5년 동안 김시진 가방을 들어줬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에게 정말 5년간 단둘이 있을 때조차 김시진 전 감독이 편하게 대해준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정말 냉정하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졸업하고 나서야 ‘다시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라. 욕이 저절로 나왔다”며 웃었다. 이후 프로구단에서도 한솥밥을 먹은 이들은 현재까지도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이 전 감독은 “지금도 한동네에 살면서 자주 왕래한다. 며칠 전에도 연락하고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