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갈아타기로 성공질주?
▲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에서 아오키 아이 의원과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원 안 사진)이 일본 전통 숙박업소에 함께 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입수, 스틸사진을 공개했다. |
오자와는 지난 9월 14일에 있었던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에게 패배했다.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아오키 아이와의 불륜 스캔들이다.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깨끗한 정치를 주창하는 민주당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바 있는 오자와가 이번에는 선거 직전 여성 의원과 불륜스캔들에 휘말려 오자와 지지 세력마저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발각된 것은 지난 8월 4일. 이날 저녁 교토에 있는 일본 전통 숙박업소 ‘기치야’에서는 오자와 주최로 정계인사들의 비밀스런 연회가 열렸다. 그런데 이들의 모임이 료칸 반대편 방향에 설치된 한 대의 TV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 장면은 일본 TV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그런데 일본 TV에서도 방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오자와와 아오키의 다정한 모습이었다.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에서 입수한 영상에는 다른 의원들이 떠난 뒤인 9시경에 ‘기치야’를 찾은 오자와와 아오키가 베란다에 서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뒤 서로 손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 두 사람이 같은 방으로 들어갔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아오키가 맨얼굴에 유카타(목욕 전후에 입는 일본 전통의상)로 갈아입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오자와는 의원들과 사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마오카 의원이나 마쓰키 의원과 같이 오자와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그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날 찍힌 영상 속의 두 사람은 시종일관 공적인 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편안하고 즐거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아오키가 비슷한 시기에 오자와 정책비서와도 불륜스캔들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일본 대중지 <주간신조>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 31일 아오키는 오자와의 당 대표 출마회견을 지켜본 직후인 오후 6시 15분경 승용차를 몰고 수도권에서 떨어진 미토시의 한 호텔로 급하게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세 아이를 둔 유부남이자 오자와의 정책비서였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식사를 마친 뒤 호텔로 올라갔다. 당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정책비서는 대표선거의 일로 미토 시에 미리 가 있었던 것이라 한다. <주간신조>의 보도에 대해 정책비서는 “모두가 의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불륜을 부인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아오키는 사실 정치 입문 전인 방송인 시절부터 화려한 남성편력을 보여왔다. 치바대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로 데뷔한 아오키는 1994년부터 심야방송 <투나잇2>에서 리포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다른 TV방송에는 일체 출연을 하지 않던 인기 밴드 ‘엑스재팬’의 인터뷰와 밀착취재에 성공했다. 그 이유는 아오키가 밴드의 멤버인 도시의 고교 동창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그와 교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주변의 전언이다.그녀는 리포터 일과 함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며 후에는 엔카(일본 전통 대중가요) 가수로도 데뷔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회식자리 등에서는 유창한 노래실력으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으며 애교가 많아 남자 스태프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리포터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긴 했지만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그녀가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방송국 상층부에서 뒤를 봐줬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방송국 간부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당시 남성 스태프들은 “아오키 아이는 마성의 여자다. 섣불리 손을 대거나 괴롭혔다간 우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마성의 여자’ 아오키 아이가 타깃을 방송국 간부에서 정치계 거물로 돌리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로 짐작된다. 그녀의 고교 동창생은 “99년도쯤 함께 술을 마시다가 아오키가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나카가와 쇼이치와 오자와 이치로 같은 타입의 남자는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아오키는 정치계에 입문해 2003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그런데 선거 당시 그녀를 두고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자와파에 들어간 그녀에게 다른 의원들과 달리 세 명의 비서와 풍부한 선거자금 지원됐기 때문이었다. 선거 후원회의 직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아오키의 태도였다.
선거기간 중 ‘오자와 군단’의 한 의원이 현 나고야 시장인 가와무라 다카시를 지원연설에 부르려고 하자 그녀가 “나는 오자와 씨가 총리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총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람의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전 총리인 하토야마 유키오가 지원연설에 왔을 때 돌연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녀의 전 비서는 “아오키는 오자와와 오자와가 파견한 A 비서의 말 이외에는 듣질 않는다. 그러니 거물 지원자가 나타나도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거나 잠수를 타기 일쑤고, 비서가 모르는 사이 출장을 떠나기도 한다. 그럼 우리끼리 출장지에 오자와 씨가 있을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오키는 지난해엔 중의원 선거에 ‘오자와 걸’(오자와파 여성 의원들)의 대표주자로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기간 동안 그녀는 미소 한 번이면 모두 팬이 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선한 인상과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정계에선 그녀를 가리켜 ‘오자와의 개인비서’라고 부를 정도로 오자와와의 친밀한 관계는 잘 알려져 있었다.
방송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아오키의 성공 뒤엔 과연 소문처럼 유력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아오키와 가까운 한 여성은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 꿰뚫어보는 아오키의 신통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굉장하다고 생각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