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운 회장 사업 다각화 의지 커…‘경영권 분쟁’ 한진칼 지분 투자는 불참 전망
사진=IS동서 홈페이지 캡처
때마침 금호석유의 박철완 상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보유 신고를 해소하면서 IS동서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공조 여부와 별개로 IS동서 측이 원래부터 금호석유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호석유는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회사라 IS동서가 경영권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래 먹거리 준비 등 경영 과정에 ‘조언’을 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권혁운 회장은 건설업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최근 몇 년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아들 권민석 대표 또한 부친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맨땅에서 설립된 IS동서, 이종 산업에 관심 많아
IS동서 권혁운 회장은 앞서 한진칼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동생이다. 형제가 모두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어 창업주 2세일 것 같지만, 형제가 나란히 맨땅에서 건설사를 설립한 특이한 경우다. 8남매 중 일곱째인 권홍사 회장은 1944년 일본에서 태어났고, 동생 권혁운 회장은 해방 이후인 195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반도건설이 2019년 10월 한진칼 지분 취득을 처음 신고할 당시 ‘반도건설은 현금 부자’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사실이 아니다.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한영개발 등 계열사 2곳과 총 1500억 원을 들여 한진칼 지분 8.28%를 취득했는데, 1400억 원을 부담한 계열사 2곳의 현금보유액은 2018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71억 원에 불과하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반도건설이 현금 부자란 소문이 나온 이유는 사실 IS동서 때문이다. IS동서는 실제로 현금 부자다. 시가총액이 1조 원대인데, 현금보유액이 4000억~5000억 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할 당시부터 동생 회사인 IS동서도 함께 나설 것이란 추측이 있었다”면서 “반도건설이 현금 부자라는 소문은 IS동서 때문에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IS동서 권혁운 회장은 원래 금융인을 꿈꿨다고 한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다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좌절된 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하는 바람에 계획과 달리 건설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신동양건설 부사장까지 올랐고 이후 일신건설을 설립했다. 현재 IS동서의 IS가 바로 일신의 영어 약자다. 일신건설은 주로 부산 등지에서 빌라를 짓다가 2008년 현대건설 토목사업부였던 벽제콘크리트(현 IS동서)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대폭 확장하는 데에 성공했다.
권혁운 회장은 전체 매출 중 건설업 비중을 40%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사내외에 자주 피력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 중심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휘청이는 것을 지켜본 뒤 사업 다각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2010~2011년 해운업체 IS해운, 콘크리트업체 영풍파일, 의류업체 티씨이, 렌탈업체 한국렌탈 등을 설립 혹은 인수했다. 그러다가 최근 가장 주력하는 곳이 폐기물 처리업이다. 2019년 폐기물처리업체 인선이엔티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도 코엔텍, 새한환경을 인수했다. 이 외에도 폐기물 처리 자회사로 골든에코와 아이앤에스, 인선기업 등이 있고, 인선모터스는 폐차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에 집중하던 IS동서가 금호석유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화학업 또한 에너지 폐기물 이슈가 있어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금호석유를 주목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민석 대표가 금호석유 박철완 상무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라 금호석유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다만 IS동서는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지분 투자를 했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금호석유 총수인 박찬구 회장은 형인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달리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형의 그룹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드리듯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더딘 것이 사실이다.
금호석유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통해 합성고무,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존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줄곧 80% 이상이다. 이 때문에 IS동서가 금호석유를 장기투자할 계획이라면, 언젠가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는 결국 불참
IS동서가 금호석유에 투자한 사실은 올해 3월 있을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호석유가 주주명부를 폐쇄하면서 인지하게 됐다. 돌려 말하면 IS동서는 한진칼이나 다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IS동서의 참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던 한진그룹이나 3자연합(강성부 펀드·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각각 안도의 한숨, 혹은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개인자금을 강성부 펀드에 투자했다는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IS동서 등 다른 중견그룹들이 잇따라 참전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좀 있었다”면서 “경영권 분쟁 3년차에 접어든 올해도 투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면 이제 그쪽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IS동서는 애초부터 한진칼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 때문에 실질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이나 정부(KDB산업은행)의 대형 항공사 출범 의지에 따른 경영권 분쟁 진압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령 조원태 회장이 물러나고 3자연합이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사모펀드나 오너일가(조현아) 등이 건재한 상황에서 IS동서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