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팀 결성부터 김연경과 불화설, 학교폭력 폭로까지 타임라인…11일 원정경기 제외, 팀은 완패
V리그 여자배구 슈퍼스타 이재영(오른쪽)·이다영 자매가 배구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배구계 ‘뜨거운 감자’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이번 2020-2021시즌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선 팀이었다. 에어컨 리그에선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로 꼽히던 이재영과 이다영을 모두 불러 앉혔다. 흥국생명에서 데뷔했던 이재영과 재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현대건설에서 뛰던 이다영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생애 첫 FA 계약을 맺은 쌍둥이 자매들은 V리그 여자부 내 손꼽히는 연봉을 손에 쥐게 됐다. 이재영은 양효진(7억 원·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6억 원)을 받는 선수에 올랐다. 동생 이다영은 4억 원으로 연봉 5위였다. 같은 포지션(세터) 내에서는 최고 연봉이었다.
이미 스타 군단을 형성한 흥국생명에 배구계 최대 스타가 합류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존에 활약하던 터키 배구 리그 상황이 불안해 보이자 11년 만의 전격 국내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김연경이 선택한 팀은 ‘친정팀’ 흥국생명이었다.
이재영, 이다영에 큰돈을 투자한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합류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연경이 세계 최고급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국내 복귀를 선택하면서는 단 3억 5000만 원의 연봉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복귀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샐러리캡이 존재하는 종목에서 의도적인 연봉 삭감은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존재했다.
금액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막강한 전력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우승을 해도 본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리그 전력 평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한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왼쪽부터)이 뭉친 흥국생명은 시즌 전 무패 우승도 가능한 ‘슈퍼팀’으로 평가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다영으로부터 시작된 불화설
‘월드 클래스’ 김연경, MVP 출신 이재영,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다영이 뭉친 흥국생명. 하지만 정규리그 전 열린 KOVO컵에서 흥국생명은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결승전에서 GS 칼텍스에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것이다. 정규리그에서도 패배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팀이 꾸린 전력 자체가 강했기에 패배보단 승리가 익숙했다. 개막 이후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초반 몇 번의 패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됐다. 새로운 팀원들 간의 조직력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상황은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갔다.
팀 내 불화설이 세터 이다영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이다영은 시즌 중임에도 연일 불화를 암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일시적으로 올렸던 글임에도 팬들은 이를 캡처해 공유했다. 한 번 붙은 불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이따금 팀이 패배할 때마다 불화설은 더욱 짙어졌다. 그 사이 배구 전문지 ‘더 스파이크’에서는 흥국생명 불화설의 주인공이 이다영과 김연경임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현미경 분석’이 이어졌다. 세터 이다영의 토스 분배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특정 선수에게 토스가 쏠린다는 분석이었다. 경기 내용으로도 불화설의 불씨가 옮겨 붙은 것이다. 1월 31일, 2월 5일 경기에서 2연패를 기록하자 구단을 향한 비판은 강도를 더해갔다.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피해자 측은 “그 선수가 ‘괴롭힘’을 언급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나섰다”는 뜻을 밝혔다. 이다영이 불화설에 불을 지폈던 소셜미디어가 자신에게 독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사진=이다영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던 7일 돌연 한 배구선수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터져 나왔다. 흥국생명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선수의 갑작스러운 응급실행에 신상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식을 접한 이들 중 다수가 흥국생명을 주목했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향한 선수는 다행히 시간이 지나 의식을 찾고 퇴원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흥국생명을 둘러싼 소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온라인에서 현역 배구선수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10일 새벽부터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지목을 받았다.
끝내 당사자나 구단 측 입장 발표가 없었던 ‘병원행 소동’과 달리 ‘학폭 폭로’에서는 당사자가 빠르게 드러났다. 이재영과 이다영, 흥국생명이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를 향해 미안한 마음을 밝히며 “허락한다면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흥국생명 구단도 “팬 여러분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선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이전의 논란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배구계 밖 대중의 관심까지 학폭 논란에 쏠렸다. 쌍둥이 배구선수의 이름이 장기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에 없던 관심이 쏟아지며 이들이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 서비스가 삭제되기도 했다.
#‘원정 명단 제외’ 쌍둥이 자매의 앞날은?
학폭 전력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각계 스타들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수년간 많은 이들이 ‘학폭 논란’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가수는 학폭 전력이 알려지자 오디션에서 중도 하차했다.
스포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은 학폭 사실이 알려지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구단 자체 징계를 소화하고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이지만 ‘학폭’이라는 꼬리표는 끊임없이 그를 따라 다니고 있다. 또한 2021 KBO 신인드래프트를 전후로는 김해고에 다니던 투수 김유성에 대한 학폭 관련 폭로도 나왔다. 이에 김유성은 NC 다이노스 입단이 예정(1차 지명)됐지만 구단이 지명을 철회했고 향후 선수 생활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향한 후속 조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고민 중”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배구연맹은 “구단의 결정을 지켜보고 징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분간 코트에서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학폭 논란이 일었던 다음날인 11일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의 경기가 이어졌다. 한국도로공사 원정경기에 나선 이들은 둘을 제외하고 선수 명단을 꾸렸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숙소에서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나선 흥국생명은 0-3 완패를 당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버텼음에도 1시간 8분이라는 ‘시즌 최단 시간 패배’ 기록을 남겼다. 2세트에선 상대가 25점을 내는 동안 12점만을 올리는 굴욕을 겪었다. 흥국생명의 시즌 첫 3연패이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 쌍둥이라는 특별함, 개성 있는 외모 등을 고루 갖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데뷔 당시부터 신인상 수상, 올스타 선발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곧장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반열에 올라섰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대형 FA 계약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영광은 한 시즌을 넘기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이들은 연이은 논란에 학폭 전력까지 밝혀지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들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