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계약 감수한 도전 큰 박수…로스터 진입 성공할 것”
빅리그 도전을 천명한 양현종이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하게 됐다. 텍사스에서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던 추신수가 양현종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봤다. 사진=이영미 기자
추신수가 크게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는 2014년 양현종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야구에 도전했을 때 텍사스가 양현종 영입을 위해 포스팅에 나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텍사스는 양현종에게 포스팅 비용으로 150만 달러를 적어 냈는데 KIA 타이거즈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서 텍사스 레인저스 존 대니얼스 사장은 2015년 기자와 현지 인터뷰를 진행할 때 양현종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양현종을 레인저스 선발 투수로 영입하고 싶었다. 포스팅에 나섰고, 최고 입찰액을 적어 냈지만 KIA에서 우리의 제시 금액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우린 양현종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스카우트가 직접 한국에 가서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체크한 적도 있었다. 매우 인상적인 투수였다. 우리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라도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길 바란다.”
당시 단장으로 양현종 영입에 나섰던 존 대니얼스는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사장으로 승진했고 7년 만에 양현종을 소속팀 선수로 만나게 됐다. 양현종은 텍사스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는 날 추신수에게 직접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추신수의 이야기다.
“양현종 선수가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라며 문자를 보냈더라. 한국에서 양현종 선수를 모르는 사람이 있냐고 나도 답장을 보냈다. KIA의 좋은 조건을 정중히 거절하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야구에 도전한 양현종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한국에서 안정된 환경을 누리며 야구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였겠나. 정말 좋은 선수가 텍사스에 입단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텍사스 마운드 사정을 감안한다면 양현종은 충분히 빅리그 로스터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17일(한국시간) 발표된 텍사스 레인저스 MLB(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명단(71명)을 살펴보면 왼손 투수는 양현종을 비롯해 10명. 이 중 40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가 8명이다. 양현종은 왼손 투수 중 제이크 라츠와 함께 논-로스터 초청 자격으로 캠프에 초청됐다.
텍사스는 대부분 선발 투수가 오른손 투수다. 4선발로 분류되는 웨스 벤자민이 왼손 투수인데 지난해 데뷔한 신인 선수라 양현종으로선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추신수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텍사스는 지난 시즌까지 믿을 만한 선발 투수 부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이스였던 랜스 린마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팀을 옮긴 바람에 1, 2, 3선발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에게 4, 5선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양현종이 한국에서 던지는 것처럼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왼손 투수기 때문에 팀에서도 좌투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양현종이 텍사스를 택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추신수는 마지막으로 후배 양현종에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운동장과 숙소만 오가는 생활이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환경을 잘 이겨낸다면 텍사스에서 양현종의 가치를, 진가를 인정받게 되리라 생각한다”는 말로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텍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