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투자업계서 기업가치 최대 60조 원 평가…만성 적자, 신사업 안착 등이 변수
쿠팡 기업공개(IPO)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기업가치가 최대 55조 원까지 거론되는 등 기대감이 증폭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증권가 예상 최대가 60조 원…쿠팡 기업가치 치솟는 이유는?
쿠팡이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내외 투자업계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소 약 30조 원에서 최대 약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이 SEC에 제출한 신고서를 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 6734만 달러(약 13조 원)로 전년보다 91% 늘었다. 영업손실은 5억 2273만 달러(약 5800억 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6억 4383만 달러(약 7127억 원) 대비 1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도 2019년 마이너스(-) 3억 달러에서 3억 달러로 6억 달러 증가하며 플러스로 전환했다. 영업현금흐름은 투자·재무 활동은 빼고 순수 영업 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현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수치 개선은 쿠팡의 플랫폼이 수익성을 입증해냈다는 평가로 이어지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 “쿠팡은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전망”이라며 “쿠팡의 경우 500억 달러(약 55조 원)를 넘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기대된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2014년 IPO 당시 1680억 달러(약 186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쿠팡이 500억 달러 이상의 시장가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증권은 쿠팡의 시총을 60조 원이 넘을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로 추정되는 9%를 쿠팡의 올해 연간 성장률로 가정했을 때의 매출액과 이미 상장된 유니콘 기업들의 매출액 추정치 기준 주가 대비 매출비율(PSR) 등을 고려해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이 정도로 인정받는다면 시총은 네이버(코스피 시총 60조 원대)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60조 원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30조 원대까지는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평가에 사용되는 기준인 P/GMV(PER/GMV, 거래액 대비 승수) 1.0~1.7배를 적용하면 30조~50조 원대 기업가치가 산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외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글로벌 확장성이 없어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많이 주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최근 사례를 보면 브라질과 폴란드, 러시아 등 각 국가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회사들이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고 있다. 글로벌 확장성이 없더라도 자체 내수시장에서의 이커머스 성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며 “쿠팡도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상장에서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이 이미 성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불과 몇 년 만에 로켓배송으로 매출 규모를 수조 원대로 키웠다. 해외에서도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택배차량 1대당 물량을 늘리고 포장을 줄이는 등 배송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 흑자 가능한 구조인데 공격적 투자로 적자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기업가치 평가에 우호적인 배경이다. 앞서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커머스의 고속 성장기는 끝났지만 쿠팡의 경우 대형마트나 홈쇼핑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과 상품경쟁력 등 모든 역량을 강화하겠으나 최근 택배면허를 받았기에 3자 물류에 집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쿠팡의 뉴욕 증시 기업공개(IPO)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기업가치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서 직원이 배송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자 4조인데 흑자 전환 언제?…신사업 성적도 ‘글쎄’
기약 없는 흑자 전환은 쿠팡에 대한 우려를 낳는 지점이다. 쿠팡은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 규모는 약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기업가치 40조~50조 원대 평가는 거품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와 롯데, 네이버 등 대기업마다 이커머스 부문 강화에 한창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정말 수익성을 낼 수 있느냐는 물음표는 계속 붙을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계속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영업현금흐름 개선 역시 상장을 앞두고 입점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 납입을 늦췄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업현금흐름을 1년 새 가장 크게 늘린 항목은 ‘매입채무’로 규모는 10억 658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5%나 늘었다, 매입채무는 납품업체에 지불해야 할 ‘외상값’을 말한다.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 유입된 돈을 쿠팡이 납품업자에게 바로 지급하지 않고 ‘지각 정산’하면서 현금 흐름이 개선된 것처럼 꾸몄다는 지적도 있다.
쿠페이와 쿠팡이츠, 쿠팡플러스 등 신사업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네이버가 포털 광고라는 캐시카우에 힘입어 커머스·웹툰·페이먼트·금융 등 여러 사업들로 뻗어나가며 한국 온라인 생태계를 장악해나가는 모습과 비교된다. 김현용 연구원은 “물류 초격차는 인정하지만 아마존 밸류로 나아가려면 쿠팡 생태계를 단단하게 하는 여러 신사업들을 키워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한다”며 “쿠팡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네이버처럼 자리 잡지 못했기에 현재로서는 아마존 생태계하고는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