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야심작 ‘롯데온’ 사업 부진 …롯데 “외부 전문가 곧 영입”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사업을 총괄해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이 물러난다. 사진=박정훈 기자
롯데지주는 조 전무가 이커머스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는 “조 전무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밝혔다”며 “롯데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롯데는 조 전무의 건강상의 이유를 사임 배경으로 밝혔지만 유통업계에선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회사가 롯데온이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수장을 교체한다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사업 부진’을 직접 언급했고 “조 부장이 롯데온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었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초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온 부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번 조 전무의 사임이 신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간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백화점, 마트, 슈퍼, 하이마트 등 7개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했다. 롯데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대만큼 성장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 6000억 원으로 전년(7조 1000억 원)과 비교해 7% 늘어났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큰 폭으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더딘 성장세로 평가된다. 실제 쿠팡의 2020년 결재액은 전년 대비 40% 성장한 20조 원을 기록했고, 신세계의 SSG닷컴도 37% 늘어나며 4조 원에 육박했다.
조영제 전무는 지난 199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마케팅팀장과 분당점장, EC담당인원, 기획부문장, 롯데지주 경영전략팀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1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을 맡아 롯데온을 이끌며 그룹 온라인 사업을 주도해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