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사고, 정치권 맹공…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쓸지 관심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포스코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 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지만, 최근 잇달아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포스코 내 잇단 산재로 2016년 2월부터 최근 5년간 포항‧광양제철, 포스코건설 등에서 44명이 사망했다. 최정우 회장 재임 기간에만 14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포스코의 잇단 산재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포스코는 정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수백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고, 지난 3년간 제출한 위험성 평가보고서는 오타까지 복사해 붙여넣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포스코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10년간 관련 이사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아 위법행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의무를 위반했다”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잇단 사고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최정우 회장은 이낙연 대표의 한마디에 바로 반응했다. 최 회장은 이 대표의 공개 비판 다음날인 지난 16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나마도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다.
최 회장은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설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인 17일 건강상의 이유로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 불출석을 통보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불출석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22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회장은 집중 질타를 받으며 ‘자진사퇴’까지 요구받았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하며 ESG평가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며 “자진사퇴할 생각 없냐”고 물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포스코는 환경(E)과 지배구조(G)부문에서 각각 ‘A’, ‘A+’ 등급을 기록했으나 사회책임(S)부문은 지난해 ‘B+’ 등급에서 한 단계 떨어진 ‘B’등급을 받았다.
청문회 이후에도 포스코와 최 회장을 둘러싼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살인기업, 질병공장으로 불리게 된 포스코의 현실에는 지금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앉은 최정우 회장의 책임이 크다”며 “청문회로 무책임과 무능력, 무대책이 검증된 이가 포스코 회장을 연임하는 것은 과욕”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이) 오는 3월 12일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겸허하게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정도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1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포스코 지분 11.17%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에 국민연금이 포스코를 ‘비공개 대화대상’ 기업으로 지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문제기업’에 대해 ‘비공개 대화대상기업→비공개 중점관리기업→공개중점관리기업→주주제안’ 등 단계별로 수탁자책임활동을 진행한다. 실제로 이번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포스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사회 대표 기금위원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개별종목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일일이 정하는 것이 기금위의 본래 역할은 아니지만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되거나 이례적으로 예견하지 못한 우려사항이 발생할 경우 기금위에서 의결할 수 있다”며 “포스코의 산업재해 경우 예견하지 못한 우려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