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뜨자마자 청와대 ‘올킬’
▲ 이명박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불러 화제가 됐던 노홍철(왼쪽)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공연 모습. |
청와대를 방문한 연예인 중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개성파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이다. 그는 지난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 주재 하에 열린 ‘차세대 성장 동력 보고회’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파격적인 의상으로 관계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청와대를 방문한 다음날 한 스포츠신문 1면에 ‘박진영 청와대 의상 테러’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하얀 가죽바지에 속이 훤히 비치는 푸른색 망사티셔츠를 입은 채 “사회는 진보적인데 문화는 보수적이다”라는 용기 있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날 그가 입은 의상은 조금도 의도된 바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방문을 위해 정성껏 정장을 준비해갔으나 당시 옷을 갈아입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에이 뭐 어때~ 가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하는 마음으로 과감히 입고 있던 옷을 선보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편 대한민국 연예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르는 겁 없는 이가 있으니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방송인 노홍철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될 만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그와 이 대통령의 인연은 지난 2005년 노홍철이 청계천 홍보대사로 위촉됐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노홍철에게 직접 위촉패를 수여했고, 노홍철은 순간 긴장한 나머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님”이라며 평소 말투를 사용해 주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고. 이후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했던 노홍철이지만, 이 대통령은 그의 미니홈피에 “이미 동생으로 받아들였으니, 사과는 무슨”이라는 글을 남겨 또 한 번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노홍철은 괴한피습사건으로 인해 청와대 방문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으며, 이후 진행된 <무한도전> 녹화에서 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또한 <무한도전> ‘어린이날 특집 청와대 편’도 예정된 녹화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두 사람의 조우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홍철에게 이 대통령은 어쩌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형님’인지도 모른다.
아이돌 가수들의 청와대 방문은 항상 화제를 낳는다. 특히 신인 시절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환희와 브라이언의 에피소드가 재밌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 시절 행사 차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들은 어떻게든 멋진 무대를 선보여 대통령의 눈에 들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그들은 예상치 못한 썰렁한 반응에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이내 해서는 안 될 오버(?)를 시작했다. 환희는 노래를 부르면서 고 김 대통령에게 아이돌 가수 특유의 삿대질과 강렬한 눈빛을, 브라이언은 영부인에게까지 다가가 격렬한 춤을 춘 것. 결국 영부인의 미소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그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가장 최근 청와대를 방문했던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는 본의 아니게 이 대통령의 발언을 취소하게 만들어 관계자들을 당황케 한 바 있다. U-17 여자축구대표팀의 세계 제패를 축하하기 위한 청와대 오찬자리에 초대된 샤이니. 대표팀 선수들이 직접 뽑은 인기 스타로 청와대 영빈관을 찾은 샤이니는 자신들의 히트곡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기 시작했고, 일순간 무대 앞으로 대표팀 선수들이 모여들게 됐다. 사진을 찍는 선수들은 물론, 과감히 무대 위로 올라 백허그를 감행하는 선수들까지 눈에 띄었다. 샤이니는 기분 좋게 무대를 끝낼 수 있었지만 그 뒤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은 취소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의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선수들의 함성소리와 샤이니에게 집중된 행사장 분위기 탓에 대통령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가 어려웠던 것. 샤이니의 공연은 청와대 영빈관 설립역사상 초유의 일이었지만 가장 열정적인 행사로 기억될 만한 사건이었다.
한편 60년대 청춘스타였던 탤런트 백일섭은 청와대에 초청된 최초의 연예인으로 기록된다. “효자동에 뭐 잘못한 거 있니? 내일 오전 중으로 가봐”라는 방송국 부장의 말에 잔뜩 긴장한 채 청와대로 향했다는 백일섭. 그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은 이유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백일섭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육영수 여사 등과 함께 특별 만찬인 스테이크를 함께했다는 그는 긴장한 나머지 말 한마디 내뱉기가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만찬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주머니에 당시 고급 과일인 귤을 잔뜩 넣어준 육 여사의 마음 씀씀이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