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조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 앞두고 미국 행정부에 입장 전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ITC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왼쪽)와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2일 배터리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USTR은 ITC의 상위기관으로, 최종 판결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검토 과정 중 거치는 절차다. ITC가 행정기관이라 절차상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결정이 최종 확정된다. 미국 대통령은 공정경쟁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ITC 결정 후 심의기간인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LG 측은 전기차용 배터리로 활용되는 2차전지 기술과 관련,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조사를 신청했다. 지난 2월 10일 ITC는 LG의 손을 들어주며 1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수입을 금지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19년 1분기 착공한 1공장은 오는 2022년 1분기부터 가동되고 2공장은 2023년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은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미리 수주해둔 포드·폭스바겐 공급분량은 각각 4년, 2년의 유예기간을 얻었지만 이후부터 가동할 수 없다.
이날 WSJ은 SK이노베이션이 USTR에 “ITC의 최종 판결로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배터리 공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오는 2025년까지 조지아주 공장에 24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34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WSJ는 “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라면서도 “SK이노가 ITC 판결로 인해 향후 투자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ITC 소송전에서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USTR에 최종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수입 금지되는 기간 동안 포드·폭스바겐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도록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의 ITC 최종 판결 거부권 행사 시한은 약 40일 남아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배터리·반도체 등 미국 내 주요 산업의 공급망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LG는 3조 원 이상을 요구하고, SK는 8000억 원 미만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에 근거해 합의금 규모를 정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ITC가 조만간 SK이노베이션의 패소 사유가 구체적으로 담긴 판결 전문을 공개하면 양측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ITC는 최종 판결 발표일로부터 2주 뒤에 전문을 공개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공개 시점이 다소 미뤄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