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다큐멘터리3일
광장에서 시작되어 시장에서 끝나는 서울의 상징 종로. 오래된 길을 따라 종로4가, 종로5가를 거치면 대한민국 먹자골목 1번지로 불리는 광장시장이 나온다. 빈대떡과 막걸리, 손칼국수를 비롯한 다양한 명물을 맛볼 수 있는 이곳. 그리운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에 시장은 언제나 고소한 음식 냄새를 풍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과는 달리 조금은 더디게 흘러가는 먹자골목의 시간. 2013년 광장시장을 찾아간 뒤로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 냄새 풍기는 시장의 인심은 그대로였다. 따스한 맛과 추억이 있는 이곳을 다시 한번 찾아가 보았다.
적은 돈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 먹자골목의 매력이다. 가벼운 주머니도 두둑하게 느껴지고 지폐 한 장도 어느새 VIP 카드로 둔갑한다.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나면 상인들과 나누는 몇 마디 대화만으로 어느새 단골손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간이식탁에 나란히 앉아있던 낯선 이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맛’과 ‘만남’이 있어 따스한 ‘맛남의 광장’. 음식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인연을 맺으면서 광장시장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8년 전에 만났던 상인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 먹자골목에선 수십 년간 한 자리에서 일하는 건 예삿일이고 노후에는 가게를 자녀에게 물려주어 대를 잇는 경우도 흔하다.
시장에서 인생을 보내는 상인들에겐 2평 남짓한 가게가 ‘소중한 일터’이자 ‘제2의 고향’이다.
가게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동안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 모든 건 그대로이지만 상인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더께가 묻어 있다. 지난 8년간 전하지 못했던 안부를 전하며 웃고, 울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정아 광장시장 먹자골목 상인은 “바쁘게 일하면 생각이 줄어서 좋아요. 정신적으론 편안하고 몸은 좀 고단한데 그래도 그쪽이 더 좋아요. 몸이 고단한 쪽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광장시장을 찾는 손님은 대폭 줄었지만 어김없이 새벽을 헤치고 나와 장사준비를 하는 상인들. 어제는 손님이 적었을지라도 오늘은 다를 것이란 희망이 그 원동력이다.
이른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가게를 청소하는 오래된 습관으로 광장시장 먹자골목 상인들은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