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사라졌지만 대인기피·우울증 남아…“그들이 ‘꿈’ 이뤘을 때 과거 괴롭힘 폭로할 것”
과거 왕따를 당했던 한 잊힌 걸그룹 멤버는 역주행으로 노래가 떠도 활동을 재개하진 않을 거라며 오히려 비로소 왕따를 폭로할 수 있게 돼 기쁠 거라고 말했다. 사진은 그래픽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잊힌 걸그룹’이라고 다 우울한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역주행 열풍을 타고 있는 ‘Rollin’(롤린)의 브레이브걸스처럼 엄청난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10년 전에 결성된 걸그룹으로 5년 뒤 멤버 전원이 교체돼 2기 멤버들로 꾸려진 후 다시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브레이브걸스만 놓고 봐도 5년여의 무명 생활을 보낸 셈이다. 전형적인 ‘잊힌 걸그룹’이다. 그렇지만 지난 2월 28일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이 한 유튜브 채널 ‘비디터’의 댓글모음을 통해 재발굴되면서 역주행 열풍을 일으켰고 3월 6일에는 멜론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금 브레이브걸스는 방송 복귀와 함께 언론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왕따 사건 등으로 해체된 또 다른 걸그룹이 역주행 열풍을 타게 된다면 어떨까. 당시 앨범을 제작한 소속사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어야 활동 재개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멤버들이 다시 모이는 것이다. 멤버들 입장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왕따 등으로 내분이 심각한 상황에서 팀이 해체됐다면 다시 모여 활동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렵게 찾아온 역주행 ‘초대박’ 기회를 꼭 잡고 싶기도 할 것이다.
과거 지금은 잊힌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며 다른 멤버들에게 심한 왕따를 당했다는 A 씨는 제발 자기네 걸그룹도 역주행 열풍을 탔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내가 새벽까지 열심히 노래와 안무 연습을 했던 곡이 역주행 열풍을 타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역주행 열풍으로 다시 활동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가수로 무대에 서는 것은 버릴 수 없는 제 인생의 꿈이지만 꿈을 위해 그 악몽 같은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역주행 열풍을 타서 제게 합류하라는 연락이 오면 거절할 겁니다. 왕따가 빠진다면 다른 멤버들이 더 좋아할 거예요. 제 노래이기도 한 그들 노래가 역주행하며 큰 사랑을 받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 폭로할 거예요. 지금은 폭로를 하고 싶어도 그들 역시 성공하지 못해 가만 있지만, 그 나쁜 애들이 연예인으로 어렵게 성공하는 순간 모든 걸 다 대중에게 폭로하고 싶어요.”
그만큼 왕따 피해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고 트라우마는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진다. 또 다른 잊힌 걸그룹 멤버였던 B 씨는 왕따 수준을 넘어 잦은 폭행을 당했다며 눈물짓기도 했다.
과거 걸그룹 멤버로 활동했다는 B 씨는 왕따 수준을 넘어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연출된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고등학생 때 작은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 몇 달 정도 연습을 하다가 데뷔를 준비 중이던 언니들 팀에 멤버 한 명이 빠져 급하게 투입됐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소속사 이사님에게 잦은 폭행을 당했어요. 그땐 그게 더 열심히 연습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다른 소속사 연습생들도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저만 맞은 게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도 다 맞았으니까. 언니들이 준비하던 팀에 들어가니 리더 언니가 더 심하게 때렸어요. 연습하다 틀리면 뺨을 맞는 것은 기본이고 발로 배와 엉덩이를 차이는 일도 잦았죠. 이미 몇 달 동안 호흡을 맞춘 언니들을 따라잡으려 정말 열심히 연습했지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어요. 리더 언니는 ‘너 때문에 무대에서 망신당해서 잘 안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며 자주 때렸죠. 밥을 혼자 먹는 건 기본이고 아무도 내게 말도 안 붙였어요. 연습도 늘 혼자 해야 하니 다 같이 맞추는 연습에선 매번 틀리고 또 맞고…. 어렵게 데뷔를 해 활동을 시작한 뒤로 적어도 내가 무대에서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늘 맞았죠. 그렇게 그 걸그룹은 사라지고 제게 남은 건 심각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에요.”
해당 걸그룹이 해체되고 몇 년 지나 B 씨는 자신을 그토록 때렸던 리더가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한다. 왕따와 폭행을 당할 당시의 고통이 떠오른 B 씨는 리더가 다니는 술집을 신고할 생각, 걸그룹 멤버였던 이가 술집에서 일한다는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릴 생각 등 다양한 복수를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이를 통해 리더가 당시 연습생들을 폭행하던 소속사 이사와 연인 관계였고 소속사가 망한 뒤 돈벌이가 막막해진 이사가 리더를 술집에 나가게 강요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 얘길 듣고 한동안 망연자실했다는 B 씨는 그제야 복수심을 어느 정도 내려놨다고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