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토정보공사 2012년부터 자사 브랜드로 활용…양측 협의 방침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의 신설 지주사가 새 사명을 두고 한국국토정보공사와 마찰이 생겼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12일 한국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난 9일 ‘LX’와 관련된 상표 12건을 출원했다. LG그룹이 이달 초부터 특허청에 ‘LX’와 ‘LX하우시스’, ‘LX MMA’ 등 122건의 상표와 이미지 등을 등록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앞서 LG그룹은 최근 구광모 회장의 작은아버지 구본준 ㈜LG 고문이 이끌어갈 신설 지주회사 사명을 ‘LX홀딩스’로 확정했다. 그동안 가칭 ‘㈜LG신설지주’로 불려왔는데, LG그룹이 오는 3월 26일 열리는 제59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분할 승인 계획을 지난 11일 공시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함께 공개했다. 주총에서 분할 승인이 이뤄지면 ㈜LG와 ㈜LX홀딩스로 분리되며 LX그룹이 출범한다.
문제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이미 10년째 LX를 회사 영문 약칭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사는 2012년 10월 미래성장전략을 새로 제시하면서 LX라는 CI를 처음 공개했다. LX의 ‘L’은 국토(Land)와 장소(Location)를,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를 상징한다는 게 공사 설명이었다. 당시 대한지적공사였던 공사는 회사명을 ‘LX대한지적공사’로 표기했고, 2015년 지금의 이름인 한국국토정보공사로 바꾼 이후에도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 표기했다. 2018년 신설한 자회사 이름도 ‘LX파트너스’로 정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브랜드 명칭을 정하기 위해 1년 이상 외부용역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출범 이후 최근까지 사업명과 간행물 등 대외자료에 LX를 쓰고 있는 만큼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하는 정부 국책사업은 물론 해외 사업에서도 LX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공적 사업들을 민간기업이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민간기업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해 LX를 쓰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일요신문 DB
공사는 최근 LG그룹 법무팀에 LX 사용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LG그룹의 신설 지주사가 LX를 사명으로 써도 공사가 법적으로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 상표법에 따르면 ‘LX’와 같이 알파벳 두 자(字)로 이뤄진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고,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갖춰야 상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LX에 대한 상표권 등록은 하지 않고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 붙여 상표등록을 한 공사는 LG 측이 LX를 이미지 상표로 출원하자 뒤늦게 CI인 LX 이미지를 상표로 출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X 상표 사용 가능 여부는 상표 출원 전에 충분히 검토했고 법적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LG그룹과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조만간 만나 LX 상표 사용에 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는 15~19일 중 양측 임원들이 만나 논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LG그룹은 경영권을 장자가 승계하고 다른 가족 일원은 계열분리 하는 전통이 있다. 앞서 LIG그룹과 GS그룹, LS그룹, LF 등이 계열분리 했다. 이번 LG그룹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앞으로 LG그룹 지주회사는 ㈜LG와 ㈜LX홀딩스 2개의 지주사로 재편된다. LX홀딩스 분할 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신설 지주사가 설립되면 LG상사와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등 5개사와 계열분리한다. 기존 LG상사는 ‘LX글로벌’로, LG계열 반도체 설계회사인 실리콘웍스는 ‘LX세미콘’으로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