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맛’ 못 잊은 스타들 내년 사고친다?
내년 봄을 즈음해 연예계에 또 한 차례 마약류 사건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주의보가 발표돼 연예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내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이 있다. 이미 수사기관은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해온 이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자주 시술을 받아온 연예인 리스트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이들이 내년 1월 1일 이후 다시 프로포폴을 시술받을 경우 마약사범이 된다. 그렇지만 연예계에선 더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태반주사 열풍이다. 의학계에서 효능과 안정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태반주사가 연예계에서 프로포폴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요즘 연예계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은 프로포폴이다. 아직까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닌 탓에 마약류가 아니다. 따라서 프로포폴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구입, 투약했을지라도 마약 복용자는 아니다. 이를 불법적으로 판매해온 이들만 사법 처벌을 받고 있지만 내년부터 프로포폴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면 이제 프로포폴 불법 투약자는 마약 사범이 된다.
기자가 프로포폴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3~4년 전쯤 여성 가수 A를 인터뷰할 당시였다. 당시 A는 바쁜 스케줄로 꽤 힘든 상태였지만 피로회복제를 맞으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고 답한 바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담당 매니저에게 문의한 결과 A가 말한 피로회복제가 바로 프로포폴이었다. 당시 그는 “아무래도 수면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인데 그걸 맞으면 짧은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해 쉽게 피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A의 매니저는 현재 회사를 옮겨 신인 연기자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매니저는 소속 연예인에게 마약 투약을 권장한 것이 된다. “그땐 전혀 몰랐다”는 이 매니저는 “주위 매니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약품으로 난 정말 종합비타민 종류의 피로회복제인 줄로만 알았고 다른 매니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다른 연예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놓는다. 프로포폴이 초기엔 매니저들 사이에 ‘비타민 주사’로 불렸다는 것. 메가비타민 주사 등 기존 종합 비타민 주사와 분류하기 위해 매니저들은 이를 ‘잠 잘 자는 비타민 주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매니저는 프로포폴이 연예계로 유입된 경로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처음 프로포폴이 유행한 곳은 유흥업계 접대 여성들”이라며 “그들 사이에 프로포폴이 피로회복과 불면증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친분 있는 매니저들이 연예계에 소개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프로포폴은 연예계에 피로회복제의 한 종류로 소개됐다. 환각을 위해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중독자도 일부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대다수는 프로포폴을 피로 회복을 위해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여느 마약류와는 다르다는 얘기. 또한 적절한 대체 피로회복제만 찾으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이런 까닭에 요즘 연예계에 뜨는 신종 피로회복제도 있다. 그것은 바로 인태반주사. 프로포폴로 인해 한창 몸살을 앓고 있는 연예계에서 요즘 인태반주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 <아이리스> 출연 배우들 가운데 한 명이 제작사에 체력소모를 이유로 인태반주사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제작사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본래 인태반주사는 유흥업계 접대여성과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서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지며 확산됐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인태반주사를 시술하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알려지기 시작해 프로포폴 괴담과 함께 프로로폴을 대체할 새로운 피로회복제로 급부상했다.
다만 의약업계에선 인태반주사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 정하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시술돼야 할 전문의약품 인태반주사제가 마치 몸에 좋은 영양제나 피로회복제처럼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인태반주사는 ‘갱년기 장애 증상의 개선용’과 ‘만성 간질환에 있어서의 간기능 개선용’ 두 가지 용도의 주사제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피로 회복이나 피부 미용 등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더 남용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의학계에선 인태반주사의 효능과 안정성을 두고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태반주사의 유효성 및 안전성에 관한 의료기술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전국 19세 이상 성인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태반주사 경험자로는 20~30대가 가장 많았고, 피부미용 피로회복 갱년기 증상 완화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인태반주사를 사용한 경험자 가운데 9.47%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태반주사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연예계에선 인태반주사가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지면서 프로포폴을 대체할 수 있는 피로회복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로회복제로는 효과조차 검증되지 않은 데다 안전성에도 의문이 따르는 인태반주사의 확산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 특히 프로포폴에 비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터라 습관적으로 다시 프로포폴을 찾는 연예인도 생겨날 수 있다. 프로포폴 괴담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관건은 뛰어난 피로회복제를 찾아내는 것인데 이보다는 연예인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좀 더 여유롭게 조절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렇지만 연예관계자들은 현재의 연예계 시스템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