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감정평가액의 70%까지 대출 나와…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막기 위한 대책 필요
#‘부동산 투기꾼’들이 상호금융을 찾는 이유
3기 신도시 인근 토지를 매입한 LH 직원들은 북시흥농협으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대출 받았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2020년 4월 기간 동안 LH 직원 9명이 북시흥농협에서 43억 원의 토지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토지 매입에 사용했다.
북시흥농협은 해당 지역 농업인이 출자해 결성한 단위농협이고, 이러한 단위농협이나 수협 등 조합을 통해 대출 등이 이뤄지는 곳을 상호금융이라고 한다. 상호금융은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 받아 이를 다른 조합원에게 대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당국은 2021년 말까지 시중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 이하로, 상호금융은 160% 이하가 되도록 지시했다. DSR이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대출의 원리금상환액 비율을 뜻한다. 따라서 상호금융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다.
LH 직원 9명이 북시흥농협에서 43억 원의 토지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토지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한 도로에 붙은 LH 규탄 현수막. 사진=임준선 기자
최근에는 단위농협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단위농협의 전체 대출액 181조 6336억 원 중 약 37.49%에 해당하는 68조 983억 원이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었다. 5년 후인 2020년 6월, 단위농협 전체 대출액 275조 8719억 원 중 비조합원 대출액은 110조 397억 원으로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39.89%로 늘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북시흥농협의 경우에도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2015년 6월 35.83%에서 2020년 6월 41.37%로 증가했다.
토지담보대출은 토지의 시세가 아닌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정해진다. 시중은행은 감정평가액의 최대 60%까지 대출을 할 수 있지만 상호금융은 70%까지 가능하다. 상호금융이 부동산 투기를 노린 외지인들의 대출창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불거지자 은성수 금융위원회(금융위) 위원장은 지난 3월 12일 “그간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과 주택이 아닌 토지는 관심이 적었다”며 “토지 대출 관련한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농업인의 단위농협 조합원 가입 논란
비조합원 대상 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LH 임직원들은 조합원 자격으로 대출을 받았다. 조합원 대출은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있어 비조합원 대출보다 조건이 유리하다. 문제는 해당 지역 거주자도 아니고, 농업 종사자도 아닌 LH 임직원들이 단위농협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해당 단위농협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단위농협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다.
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음에도 농업인 신분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주말에 농사를 지었다 하더라도 공기업인 LH는 겸직을 허용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 단 겸직이 가능한 직장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3월 17일 “LH 직원의 농업행위나 실제 거주여부 등을 엄격히 살펴봄으로써 사실관계에 따라 농업 손실보상 및 이주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인 자격은 정부에서 내리는 것이기에 농협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건물 입구. 사진=박은숙 기자
농업인 자격은 정부에서 부여하는 것이라 농협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업경영계획서 제출 후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만 농업인 자격으로 농지 취득이 가능한데 이는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것”이라며 “행정기관이 제대로 발급했는지 농협 차원에서 검증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농업인 자격을 갖춘 사람이 찾아오면 농협은 대출 규정에 따라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심사와 입법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지난 3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짜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철저히 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농지 매각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같은 달 17일 “가짜 농부를 가려내는 등 농지 투기자를 발본색원해 그들이 얻은 투기이익을 환수해서 농업인을 위해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농지에 대한 투기를 근절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오롯이 생산수단으로써 소유하고 이용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 마련하는 금융당국…일단은 현황 파악?
윤석헌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은 지난 3월 16일 임원회의에서 북시흥농협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금감원은 18일 북시흥농협 현장 조사를 통해 담보대출비율(LTV)과 담보가치 평가기준 등의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초, 농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적인 대출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북시흥농협 측도 “법과 규정에 의해 정상적인 절차로 대출이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의 주요 목적은 북시흥농협의 불법행위 적발이 아닌 현황 파악으로 보고 있다. 윤석헌 원장은 이번 조사를 지시하면서 금융사들의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과정 등을 면밀히 점검해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상호금융뿐 아니라 시중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비주택담보대출 현황을 파악 중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집단 대출이 발생한 것에 대한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정부 입장 반영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황 파악 후 정부는 투기 근절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 축소, 상호금융의 DSR 조정 등이다. 그러나 상호금융의 DSR 규제를 강화하면 지역 농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12일 ‘제1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특히 솔선해야 할 공직자와 공직사회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망라해 강구하겠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정부안을 마련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LH 사태 유탄? 대한근대5종연맹 예기치 못한 회장 공석 장기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9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취임하면서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을 맡았다. LH가 근대5종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어 그간 LH 사장이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을 맡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전임 LH 사장들인 이재영 전 사장과 박상우 전 사장도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2020년 12월, 당시 변창흠 LH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대한근대5종연맹은 회장 대행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한근대5종연맹 법인등기부에는 여전히 변창흠 장관이 대표로 등재돼 있다. 대한근대5종연맹 관계자는 “새로운 대표자가 있어야 등기부 수정을 할 수 있다”며 “변 장관 이후 새로운 회장이 아직 선출되지 않아 등기부 상으로는 대표로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 LH 사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대한근대5종연맹도 회장 대행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LH가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혼란스러워 새로운 사장이 언제 임명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LH는 2020년 12월부터 사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2일 “임명절차를 진행 중이던 LH 사장 후보자에 대해 LH 임원추천위원회에 재추천을 요구했다”며 “현 LH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적격자가 없다는 판단 하에 재추천 절차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LH 사장 취임이 늦어지면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 선출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근대5종연맹 관계자는 “선거를 통해서 회장을 선출하기는 하지만 운영상 이유로 보통 LH 사장이 회장을 맡는다”라면서도 “연맹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기를 바라기에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