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악화로 미얀마 KMIC 공사 일정 차질 빚어…재산상 손해는 적어도 해외 진출 계획에는 악영향
#LH 주도 최초의 해외 산업단지 KMIC는 어떤 사업?
2019년 8월, LH와 미얀마 건설부 도시주택국은 KMIC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LH와 미얀마 정부가 각각 40%, 글로벌세아가 나머지 20%를 보유 중이다. KMIC는 LH가 주도하는 최초의 해외 산업단지로 미얀마 양곤시에서 약 10km 떨어진 야웅니핀 지역에 224만 9000㎡(약 68만 평) 규모로 추진된다.
2019년 8월, LH와 미얀마 건설부 도시주택국은 KMIC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진주시 LH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2020년 말, KMIC 합작법인은 1단계 사업구간에 대한 입찰공고를 시행해 계룡건설-세아STX엔테크 컨소시엄과 295억 원 규모의 KMIC 1단계 조성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24일에는 KMIC 착공식을 개최했다.
KMIC에 대한 LH의 기대는 컸다. 미얀마는 토지 소유권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얀마 정부가 직접 지분을 투자했기에 소유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 LH는 KMIC를 계기로 해외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2019년 8월 변창흠 당시 LH 사장(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미얀마 경협산단의 성공을 통해 미얀마를 비롯한 다른 해외사업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도 KMIC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얀마 현지 언론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에 따르면 KMIC 착공식이 열린 날 아웅산 수치 고문은 “오늘 착공식은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양곤 시민을 포함한 미얀마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KMIC 프로젝트의 이행은 한국과 미얀마의 협력과 친선 관계를 강화하는 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질 빚는 KMIC, 상황 지켜보는 수밖에…
미얀마 민주화 시위로 인해 KMIC 공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시위와 진압이 격화되고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아 아직까지 피해는 크지 않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모든 업무를 멈춘 상황은 아니고,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수행 중에 있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에 한해서는 일부 지연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KMIC 사업 발주처는 미얀마 정부다. 결국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결정에 따라 사업 진행의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KMIC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아웅산 수치 고문이 지지한 사업이라는 점이 군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KMIC 사업에는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700억 원이 투입됐다. EDCF란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한 기금이다. 미얀마 군부가 KMIC 사업 진행을 원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EDCF 기금 투입을 중단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미얀마 군부에서는 KMIC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가 EDCF 기금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사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시공사로 참여한 계룡건설도 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언제 공사를 시작할지 몰라 대기 중”이라며 “공사 물량이 투입되지는 않아서 (현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재산상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3월 6일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미얀마 군부가 KMIC 사업을 중단한다고 해도 국내 업체들의 재산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MIC 합작법인이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보험에 가입해있기 때문이다. MIGA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민간투자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LH에 따르면 LH가 합작법인에 출자한 자본금 73억 원 중 66억 원에 대해 최장 15년까지 보증해 주는 손실보장계약을 맺었다. 전쟁, 내란, 송금제한, 계약불이행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면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MIGA 보험에 가입해 있기에 사업이 취소되면 재산상 피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마어마하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업이 취소될 경우 재산상의 손해는 크지 않더라도 LH 사업 계획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H는 그간 KMIC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2020년 9월, LH는 한화건설과 해외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 사업 발굴 및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무역보험공사와도 해외사업 발굴 및 국내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때문인지 LH는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사업을 강행할 뜻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미 공사 시작했는데…’ GS건설도 한숨 GS건설도 미얀마 시위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3월, GS건설은 미얀마 건설부와 1668억 원 규모의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공사 수주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해당 공사는 총 4.325km의 도로 및 교량 공사로 1.464km의 4차선 도로와 2.861km의 교량으로 구성된다. 공사는 2019년 5월 시작됐다. 미얀마 시위가 발생하면서 우정의 다리 공사도 중단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미얀마 당국은 공사를 하라는 입장이지만 현지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겨 공사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사태가 해결되면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KMIC와 마찬가지로 우정의 다리 공사에도 EDCF 자금이 투입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면서도 진행 중인 건설 사업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외교부는 “미얀마에 대한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미얀마 시민들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과 인도적 사업은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의 경우 공사가 중단되면 LH에 비해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이 우정의 다리 관련해 가입한 보험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 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얀마 당국이 발주한 공사이기에 미얀마 당국이 자금 문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소송을 거쳐서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서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