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거리두기’ 김무성·이재오 명예선대위원장…이은재 종교소통 담당 두곤 “최종안엔 없는 자리”
국민의힘 4월 재보궐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도를 두고 ‘허울 뿐인 조직도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제기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박은숙 기자
3월 18일 오후 1시 김무성 전 의원,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셋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퇴하라”고 했다. 이들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세훈-안철수 단일화의 방해꾼”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이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명예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려놓은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명예선대위원장들이 당 수뇌부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정면으로 던졌다. 임기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퇴까지 거론했다.
김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은 당내 경선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이어왔다. 오 후보는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사무실을 찾아 “사실 나는 친정에 찾아온 것”이라면서 “적어도 7 대 3 혹은 8 대 2 정도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웃었다. 김 전 의원이 야권 단일화 경쟁 상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편에 서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이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제기한 셈이었다.
안 후보는 2월 23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소재 김영삼 도서관을 방문해 김 전 의원을 만난 바 있다. 안 후보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안 후보에 “서울시장에 당선돼 여러 가지 혁신적 시정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이 3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수뇌부를 작심 비판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재오 전 의원은 당내 경선 때부터 경선 주자들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2월 27일 이 전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두 분(오세훈, 나경원)은 이미 정치적으로 평가를 받았다”면서 “그 사람들이 시장이 되려면 진작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전반적으로 서울시를 맡기기엔 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야권 단일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원로급 인사들이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들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직함을 달고 있다는 점은 그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새누리당 시절 당직을 지냈던 한 야권 인사는 “이번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조직도엔 굉장히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이름값 좀 있다 하는 사람들 이름을 다 올린 허울뿐인 조직도를 냈다”면서 “오 후보를 위해 뛰는 실질적인 행동대와는 결이 약간 다른 유령 조직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명예선대위원장 직을 맡은 원로급 인사들이 연일 오 후보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만약 선대위 활동을 하기로 당 차원에서 합의를 봤다면, 오 후보가 말한 것처럼 8 대 2, 7 대 3 비중으로 오 후보를 돕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조직도. 사진=국민의힘 제공
또 다른 야권 원로급 인사는 “실제로 조직도가 발표된 뒤에야 자신의 이름이 조직도에 올라간 것을 안 인사들도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국민의힘이 이름값과 조직을 앞세운 구태 선거 방식을 다시 한번 꺼내드는 듯하다”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겉치레보다는 이길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황 반전을 꾀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발표한 선대위 조직도가 급조됐다는 말도 나온다. 조직도를 들여다보면 명예선대본부장은 ‘전국 13대 시·도당 위원장’이다. 공명선거 감시단은 ‘49개 당협별 단장’이다. 조직본부 2본부에 서울시 재도약 담당으론 ‘서울시 25개구’라는 글자만 적혀있다.
여야를 오가며 선거 기획을 담당해왔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선대위 조직도가 상당히 부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49개 당협별 단장이라는 것은 당협위원장도 아니고 당협 관계자도 아닌 모호한 표현이다. 서울시 재도약 담당으론 서울시 25개구라고 적혀 있는데, 25개구 각각에 누구를 임명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조직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장면 담당자’라는 것이 있다고 치면 그냥 ‘중국집’이라고 적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웃었다.
국민의힘으로부터 두 차례 복당 불허 방침을 통보받은 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조직도에 이름을 올린 이은재 전 의원. 사진=최준필 기자
‘복당 불허’ 방침을 통보받았던 인사도 조직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이은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았다. 이 전 의원은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했다가 4일 만에 ‘다중 종교 논란’으로 탈당, 한국경제당에 입당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경제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20년 9월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을 노렸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에 대해 복당 불허 방침을 전한 바 있다. 2021년 1월에도 이 전 의원에 대한 복당은 불허됐다. 두 차례에 걸쳐 복당 불허 방침을 통보받았던 이 전 의원 이름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조직도에서 발견됐다. 이 전 의원 직함은 직능본부 종교소통 담당이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종교소통 담당으로 이름을 올린 이은재는 이은재 전 의원이 맞다”면서 “복당 불허 방침을 통보받았던 이 전 의원이 어떻게 서울시장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보도자료로 나간 조직도) 자료는 최종안이 아니”라면서 “최종안엔 직능본부 밑에 자리들이 다 빠져 그 자리(종교소통 담당)는 없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조직도가 나온 것 같다. 이 자료는 아직 전달을 받지 못했다. 그 자료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은재 전 의원은 3월 19일 통화에서 “아직 복당은 안됐다”면서 “선대위에 내 이름은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복당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초안에는 들어갔다가 복당이 안됐다. 그래서 안 들어갔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초안에 내 이름이 올라간 건 알고 있었다. (복당은) 시장 보궐선거 끝나고 할 것 같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