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방안 내놔도 부동산 정책 ‘흔들’…정세균 총리 “조직분리 검토 안 해”
정부가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사진은 경상남도 진주시 LH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오전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 관련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LH 개편 방안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조직 분리에 대해서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장단점을 세심하게 따지겠다”며 “LH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막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당정이 LH의 강력한 조직개편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LH가 과거와 같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LH는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해 출범됐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LH는 택지개발과 주택을 짓는 기능을 통합해 일체화됐고, 그것을 허무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하면 다른 기능을 분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직 비대화에 대한 지적에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직 분산이나 슬림화 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가 LH를 두고 고심하는 까닭은 조직 분리 등의 개혁방안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2018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공공임대 주택을 65만 호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LH는 이 가운데 70%를 담당하고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LH 개편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도시전문가인 김진애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주택청’ 신설을 제시했다. 김 전 의원은 “국토교통부 밑에 주택청을 신설해 주거안정과 관련된 총괄 정책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LH 공사는 주거복지 전달체계 업무를 담당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를 사업이나 기능별로 쪼갤 경우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책임연구원은 “조직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임직원 개인의 일탈을 막기 위한 처벌과 규제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본다”며 “LH를 분할할 경우에는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임대 등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사업부문과 택지개발 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문의 균형을 맞춰 분할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