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인사태풍’ 금융권 몰아친다
▲ 어디로 보내 줄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G20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작은 사진은 차기 경제부처 빅4 수장에 거론되고 있는 진동수 위원장, 최중경 수석, 이창용 부위원장(왼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
인사가 미뤄지면서 경제부처에선 최근 ‘레임덕’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을 제때 교체 못한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G20 정상회의 이후 교체가 될 것으로 언급되는 경제부처들은 레임덕이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G20 정상회의가 끝난 만큼 인사를 빨리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부부처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만수 대통령 특보의 갖은 설화와 정책 미스로 위기에 처한 기획재정부의 무게중심을 잡았던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시기적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1년 8개월 동안 한국 경제를 무난하게 이끌어왔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교체 시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윤 장관의 가족들도 윤 장관이 장관직을 그만했으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장관의 부인은 윤 장관이 재정부 장관직을 맡을 때부터 많이 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윤 장관 부인이 임종룡 차관 모친상에 문상을 왔는데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간부들은 물론 그 부인들과 잘 어울렸다”면서 “그 자리에서 윤 장관 부인이 ‘우리 윤 장관은 내년 초에는 그 자리에 안 계실 것’이라며 조만간 자리를 떠날 것임을 내비쳤다. 윤 장관 부인이 윤 장관에게 이제는 공직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재정부 장관직을 그만둘 경우에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이 대통령은 물론 강만수 특보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윤 의원이 군 면제자라는 약점을 안고 있어 자리를 맡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기관 최고위 관계자는 “김황식 국무총리 임명 당시에 나타났듯이 이 정부에 대해 ‘군 면제 정부’라는 국민적 비판이 상당하다. 대통령과 총리, 국정원장, 여러 장관, 한나라당 대표 등 집권층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여기에 사실상 부총리나 다름없는 재정부 장관에 역시 군 면제인 윤 의원을 앉히려고 할 경우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사회 구호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도 지역구에 전념하겠다며 차기 재정부 장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대를 ‘제대로’ 다녀온 진동수 금융위원장이나 최중경 경제수석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관 후보자 낙마로 장관 교체에 실패한 지경부는 이번엔 확실히 바뀔 전망이다. 현재 지경부 장관 자리에는 조환익 코트라 사장과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재임 4년차에 접어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교체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역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진 위원장의 자리에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를 맡아온 이창용 부위원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인사가 금융위원장 자리를 노렸지만 이 대통령이 자신과 이 부위원장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또 이 부위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을 맡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강만수맨’으로 이명박 정부 초기 재정부 1차관을 맡아온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도 금융위원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수석이 금융위원장으로 가게 될 경우 이 부위원장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이번 인사 태풍에 교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김 원장의 후임으로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12월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데다 기업은행의 민영화 초석을 닦는 등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되게 되면 ‘경제부처 빅4’의 수장이 모두 바뀌는 셈이다.
경제부처 자리바꿈에 따라 그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도 메워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반영하듯 이창용 부위원장의 이름이 또 나오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금통위원 등 요직의 유력 후보여서 이 부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이들의 자리가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위원장 외에 김석동 전 농협경제연구소장, 조원동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김수명 금융결제원장,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 등도 금통위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후임으로는 금감원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유력하다. 기업은행장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맡아온 때문이다. 권 부위원장이 금감원장으로 갈 경우 김 수석부원장은 경쟁 없이 기업은행장 자리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연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진행 중인 만큼 민영화 속도에 따라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경우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세 번이나 제재를 받아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행장의 후임으로는 이순우 전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부 산하는 아니지만 신한은행도 정부부처 인사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 내홍으로 이미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다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사퇴 여론이 높아 사실상 신한금융은 최고경영진 부재 상태다. 현재 최고경영진 후보로 전·현직 신한 출신들이 유력하지만 강만수 특보도 적지 않게 언급되고 있다. 강 특보가 이 자리를 맡을 경우 금융권에도 연쇄적인 인사태풍이 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