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들 판단 엇갈려 향방 예측 어려워, 국민연금 행보도 관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총은 오는 3월 26일 열린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 선임안 등이 다뤄진다.
오는 3월 26일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사진=최준필 기자
사외이사의 경우 박 회장 측은 황이석 서울대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교수,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박 상무 측은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민준기(Min John K)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배당안은 박찬구 회장 측은 보통주 주당 42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 최대주주의 경우 차등배당으로 보통주 주당 4000원을 제시했다. 박철완 상무 측은 보통주 주당 1만 1000원, 우선주 주당 1만 1050원으로 더 많은 규모의 배당안을 냈다.
현재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자녀 보유분과 합쳐 14.84%를 가지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10%로 개인 최대주주다. 양측 지분율 격차가 5% 미만이라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핵심 쟁점마다 박찬구 회장 측과 박철완 상무 측 안건에 판단을 달리했다. 뚜렷이 한쪽이 ‘판정승’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주들의 관심이 많은 배당 안건에 대해서는 박 상무의 제안이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향후 박 회장 거취와 직결될 수 있는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서는 박 회장 측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배당, 이사회 개선,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에서 박찬구 회장 측인 회사 안건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ISS는 박철완 상무 측의 배당안과 이사회 구성안에 대해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대체로 과격하고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배당,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안,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박 상무 편을 들었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사측 후보에 조금 더 많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모든 안건에서 박철완 상무 손을 들어줬다. 서스틴베스트와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과거 박찬구 회장의 배임·횡령 행위 등에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함께 내놨다.
결국 경영권 분쟁 갈등의 결과는 두 이해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외국인이 30%, 기관이 12%, 국민연금이 8.25%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비율이 약 18%라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10%대다.
국민연금은 2019년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없고,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을 의식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을 제안한 만큼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배당안에 대해서는 박 상무 측의 고배당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나 장기 투자자인 만큼 배당안이 적정한지에 대해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단기간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하지 않아 막연히 배당이 많다고 해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배당이 과소할 경우 늘리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주로 배당 프로그램 계획, 적정 수준의 배당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전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회의는 오는 23일 열려 이르면 이날 금호석화 주총 안건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기관과 외국인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대부분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경우 박찬구 회장이 외국인과 기관 표를 다수 얻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박철완 상무는 여의도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며 막판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분 약 0.05%를 보유하고 있는 BNK자산운용은 박철완 상무 측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찬성 권고한 내용에 더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박철완 상무 안건에 찬성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에 박철완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명분과 세력 기반을 쌓고 향후 꾸준히 경영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