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증가 아니라 지출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크게 위축된 지난해 오히려 가계의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22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2003년 이후 작성한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계가 30% 이상 분기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단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이것도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흑자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가 증가한 이유는 소득이 더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돈을 안 써서 혹은 못 써서 발생한,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소비 지출 폭은 커진다. 현재 소득이 줄어드는데 따른 기계적인 지출 감소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한 예비적 저축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출이 더 크게 위축되는 현상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 5000원으로 4.9%나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늘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줄었다.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 평균 소득은 정부 지원으로 늘었는데 지출이 크게 줄어 흑자율이 올라갔던 것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