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기수와 조교사로 통산 승률 4위…‘대표마’ 스카이베이·딕시어게인 ‘기대주’ 아침기상
이신영 조교사는 최초의 여성 기수와 최초의 여성 조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적
이신영 조교사는 2001년 7월, 기수(20기)로 경마계에 입문했다. 최초의 여성 기수로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약 10년간의 기수 생활을 마치고, 2011년 7월 역시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데뷔하며 또 한 번의 역사를 썼다.
지금까지 성적은 2881전 310승 2위 199회로, 역대 통산 다승 부문 23위에 올랐다. 승률 13.6%, 복승률 22.3%로 대단히 뛰어난 성적이다. 조교사 통산 승률은 1위 송문길 15.0%, 2위 박대흥 14.4%, 3위 박재우 14.0%다. 그 다음 4위가 바로 이신영이다.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조교사를 여성으로서, 그것도 1~2년이 아닌 10년간의 누적 승률이 4위라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기수 시절에도 남자 기수 못지않은 뛰어난 근성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조교사로서 행보 또한 존경스러울 정도다. 최초의 여성 기수, 최초의 여성 조교사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고 힘들 텐데,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와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대표마
대표마는 2018년 경상남도지사배를 우승했던 ‘스카이베이’와 최근 4연속 입상의 상승세를 타며 1군 승군을 목전에 두고 있는 ‘딕시어게인’이다.
이신영 마방의 대표마 스카이베이.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스카이베이(외1·암)는 19전 7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7억 7930만 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미국산 6세 암말이다. 전성기가 지나 앞으로 대상경주 우승은 어렵겠지만, 아직도 일반경주에서는 통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2017년 9월 데뷔전(1200m)에서 압도적인 선두력과 끈기를 과시하며 11마신 차로 대승,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주로가 6% 양호였음에도 1분 13초 0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했다. 두 번째 경주였던 농협중앙회장배에서는 6위에 그치며 주춤했으나, 이후 연승을 기록하며 7전 만에 1군에 진출했다. 2018년 11월 부산에서 펼쳐진 경상남도지사배 대상경주(2000m·총상금 5억 원)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빠른 출발로 2선에서 선입작전을 펼친 후, 막판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5마신 차의 완벽한 승리를 따내며 이신영 조교사에게 세 번째 대상경주 트로피를 안겼다. 2019년에는 세 차례 대상경주에 도전했으나 당대 최고의 암말 ‘실버울프’를 만난 탓에 번번이 우승을 놓치고 2위, 4위, 4위에 그쳤다. 이후 일반경주에서 1400m에 출전해 2승을 챙기며 대상경주의 아쉬움을 달랬다.
딕시어게인(국2·거)은 지금까지 9전 6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1억 5736만 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국내산 5세 거세마다. 뛰어난 선두력과 근성을 겸비했고,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어 1군 무대 진출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부산 백광열 소속의 명마 ‘벌마의꿈’(34전 16승)의 모계 형제마라 데뷔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1000m와 1200m를 건너뛰고 데뷔전을 1300m로 치렀는데, 기대에 부응하며 6마신 차 완승을 거뒀다. 두 번째 경주였던 5군 승군전에서는 3위에 그치며 살짝 실망을 주었으나, 이후 경주에서 연승을 기록하며 4전 만에 빠르게 3군에 진입했다. 3군 첫 도전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이후 경주에서는 4연속 입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장 최근 경주였던 3월 21일 2군 승군전에서도 뛰어난 순발력을 발휘하며 선행에 나선 후, 막판에도 상대마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1.5마신 차 우승을 거뒀다.
엑톤파크 자마답지 않은 훌륭한 체구(497kg)와 뛰어난 혈통을 지녔고, 현재 5세로 전성기에 올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계속될 전망이다.
#기대주
아침기상(국5·암)은 3전 전승을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암말이다. 탁월한 선두력과 근성을 겸비했고, 혈통적 기대치가 높아 앞으로 이신영 마방을 이끌어 갈 최고의 유망주다.
주행심사에서 1분 00초 1의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며 마방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데뷔전 1200m에서 기대에 부응하며 4마신 차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압도적인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행에 나섰고, 막판 100m부터는 우승을 확신하고 제어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한 단계 더 늘어난 경주력을 발휘하며 8마신 차 압승을 거뒀다.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며 마치 주행심사를 치르는 듯했다. 세 번째 경주는 1300m 첫 도전이었고, 이번에도 압도적인 경주력을 과시하며 9마신 차 대승을 거뒀다.
현재 5군에 속해있으며 잠재력으로 볼 때 최고군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혈통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부마 컬러즈플라잉도 좋지만 모마 엘러벨은 더욱 좋다.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2승 3위 2회를 기록하며 20만 달러의 많은 상금을 벌었다. 중요한 점은 1600m와 1700m ‘모래’주로에서 우승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마장은 모두 모래주로이기 때문에 모래주로에서 잘 뛰었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또한 부계와 모계 모두 거리 적성이 길어,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도 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록의제왕(외3·수)은 7전 1승을 기록 중인 미국산 4세 수말로, 전적만 보면 별 볼 일 없지만, 좋은 체격과 혈통을 타고났기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데뷔전에서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3위를 기록,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네 번의 경주에서 이렇다 할 특징을 보이지 못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걸음이 늘지 않고 능력 정체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다섯 번째 경주에서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거뒀다. 빠른 출발로 선입권에서 레이스를 펼친 후 3코너부터 선두에 나선 끝에 9마신 차의 대승을 거뒀다. 3군 승군전에서는 8위에 그쳤으나, 직전 2월 경주에서는 후미에서 외곽을 크게 돌고도 3위까지 올라오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조부마가 태핏이고 외조부가 메니피로, 우수한 유전 인자를 보유했다. 거리 적성도 긴 편이라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프린세스삭스(국6·암)는 2전 1승을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포입마로, 450kg의 작은 체구에 암말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실전을 거칠수록 눈에 띄게 걸음이 늘고 있어 제 몫은 충분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행심사에서 늦은 출발과 채찍을 동반한 추진에도 1분 04초 0으로 4위를 기록,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데뷔전에서는 의외의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행에 나섰으나, 막판 현격하게 무뎌진 걸음으로 덜미를 잡히며 4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두 번째 경주에서 선행 이후 늘어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주파 기록도 1.7초나 앞당겼고, 막판 200m(LF)도 14.7에서 12.9로 매우 빨라졌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전형적인 선행마다. 체구도 크지 않고, 혈통적으로도 거리 적성이 짧아 대성할 마필은 아닌 듯하다. 개인적인 기대치는 3군까지 본다.
#기수 궁합
이신영 조교사의 첫 번째 승부 기수는 문세영이다. 20기 기수 동기인 문세영과는 ‘군대 동기’처럼 잘 통한다. 워낙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허물없이 편한 사이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서로 이해해주기 때문에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적다. 2013년 최초의 대상경주 타이틀을 안겨준 과천시장배의 ‘라온모리스’도 문세영이 기승했었다. A급 기수로 평가되는 안토니오, 빅투아르, 박을운, 김용근도 승부 기수로 자주 기용되고 입상률도 좋은 편이다. 비주류 기수인 이강서, 안효리, 조한별에게도 기승 기회를 주긴 하지만, 입상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이신영 마방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 문세영이나 안토니오 같은 지명도 높은 A급 기수를 기승시켰다면 ‘필승카드’를 쓴 것으로 보면 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