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포르투갈서도 출전 못해…백승호 합의서 문제로 미아 위기…장결희 K3리그 평택 시티즌으로
이승우, 백승호가 동시에 출격한 2017 U-20 월드컵은 비교적 관심이 덜한 연령별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승우는 두 대회에 모두 나서며 핵심선수로서 활약했다. 백승호는 U-20 월드컵에만 참가했고 장결희는 U-17 월드컵의 지역예선인 아시아 대회까지 이름을 올리다 부상으로 본선엔 나서지 못했다.
당시 연령별 대표팀은 각 대회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승우와 백승호는 U-20 월드컵에서 각각 2골씩 몰아치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이승우는 이후 2018 러시아월드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나서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세계 최고 구단 중 하나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에서 장기간 성장한 이들에게 많은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부 앞서 나가는 팬들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 나설 유력 주자로 이들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하나같이 차가운 현실을 맞고 있다.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커리어에 위기를 맞고 있다. 2017년 U-20 월드컵을 치른 이후 이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100경기 남짓한 경기를 소화했다. 어느덧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팀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유망주가 성인무대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례가 되고 있다.
2011년 차례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이들은 6년의 시간을 보낸 이후 2017년 여름 팀을 떠났다. U-19 팀에 머물렀던 장결희와 달리 이승호와 백승호는 B팀(2군)까지 승격했지만 성인 A팀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이승우 백승호와 달리 장결희는 대표팀 선발에서도 멀어졌다. U-17 대표팀까지 자주 이름을 올렸지만 U-20 대표팀으로서 출전은 단 1경기에 불과했다.
장결희는 프로 무대에서의 행보도 이승우 백승호와 차이를 보였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각각 이탈리아(헬라스 베로나)로 갔고 스페인(페랄라다)에 남았던 것과 달리 장결희는 축구 변방 그리스(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로 향했다. 그리스에서도 성인 1군 무대 데뷔는 못했다. 구단 내 U-20 팀 경기에만 나서다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이후 장결희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바르셀로나 3인방 중 가장 먼저 국내 무대로 복귀한 것이다. 2018년 8월 포항 스틸러스와 계약을 맺었고 2019시즌 출격을 예고했지만 경쟁력에서 밀리며 K리그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독일 무대에서 뛰던 백승호(오른쪽)는 최근 K리그 입성을 추진했지만 자신이 수원 삼성과 과거 작성했던 합의서 탓에 벽에 부딪혔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우와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에서 퇴단한 이후로도 유럽 커리어를 차분히 이어나갔다. 백승호는 자신에게 익숙한 스페인 무대에서 지로나, 페랄라다(지로나 2군팀) 소속으로 경험을 쌓아나갔다. 다만 1부리그 소속인 지로나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본인의 경쟁력이 부족했을 뿐더러 스페인의 외국인 선수 등록 쿼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019년부터 백승호는 독일 무대에서 도전을 이어갔다. 독일 2부리그 분데스리가2 소속 다름슈타트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과 벤치를 넘나들며 활약을 이어갔다.
이승우의 바르셀로나 이후 행보는 큰 기대감이 들게 했다. 바르셀로나B 소속에서 ‘빅리그’로 불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로 떠났다. 새 소속팀 베로나에서는 이승우를 데려오기 위해 150만 유로(약 20억 원)의 이적료도 지불했다. 이승우는 이적 첫 시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더 많은 기회를 잡았고 명문 AC 밀란을 상대로 데뷔골을 넣기도 했다.
그러던 중 베로나가 2부리그로 강등되는 악재를 맞았다. 이승우는 2부리그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 속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시즌 동안 리그 23경기에 나섰다. 이는 현재까지 커리어를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출전 기록.
2019-2020시즌 이승우는 또 한 번 이적을 감행했다. 벨기에 주필러리그의 신트-트라위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확실한 주전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이탈리아를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시즌간 단 4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 맞는 2년 차인 이번 시즌에는 주전으로 출발했지만 차츰 기회를 잃어갔다.
이승우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각 대표팀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성장했지만 현재 수개월째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현재 이승우와 백승호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 이적을 선택했다. 행선지는 포르투갈의 포르티모넨세였다. 기회를 찾아 떠난 팀에서도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7경기째 명단에서 제외되다 지난 3월 20일 경기에서 처음으로 벤치에 앉았다. 선수로서 경쟁력을 잃어가며 기대됐던 2020 도쿄올림픽 출전 기회도 멀어져 가고 있다.
백승호 역시 2개월 가까이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국내 복귀를 추진했고 전북 현대 입단에 가까워진 듯했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잠시 몸담았던 수원 삼성과 작성했던 합의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수원 산하 유소년팀 매탄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백승호는 2011년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며 수원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원은 2회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고 백승호와 수원 구단은 ‘국내 복귀 시 수원 입단을 약속한다’는 합의까지 했다. 이 같은 약속을 위반할 시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적을 위해 독일에서 귀국한 백승호는 현재 어느 팀에서도 뛰기 어려운 신세가 됐다. 전북은 백승호와 수원 간 합의서 존재를 인지하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 사이 협상은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현 소속팀 다름슈타트는 이적을 추진하던 그를 이미 전력 외로 분류했다. K리그 선수등록 마감일인 3월 31일이 다가오며 백승호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상황은 이들보다 장결희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19시즌 이후 포항에서 퇴단한 그는 2020년 1년간 소속팀 없이 생활했다. 팬들 사이에서 잊혀 갔지만 2021시즌을 앞두고 K3리그 소속 평택 시티즌 입단 소식이 발표됐고 데뷔전(FA컵)에서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비교적 관심이 덜한 K3리그이지만 장결희는 입단과 동시에 팀 내 유니폼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장결희는 “실망도 했지만 이제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겨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8시즌 당시 포항에 입단했던 행보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은 장결희가 바르셀로나로 향하기 전 성장했던 유스팀이다. 오랜 기간 해외 생활 이후 국내로 돌아오며 친정팀과 의리를 택한 것이다. 이는 수원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백승호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