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전 대상 세 곳 두고 GH 측 “빨라도 2027~2028년 예상”…도 ”정확한 확인 어려워“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이전할 장소인 경기도시공사 고양사업단 사옥. 사진=김창의 기자
[일요신문] 경기도가 경기 북동부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기관 이전이 도 발표보다 훨씬 늦어질 전망이다. 몇몇 기관은 이재명 지사 임기 내에 착공도 못 할 것이 확실시된다. 만약 이전이 미뤄지다 차기 도지사에게 이전 결정권이 넘어간다면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2019년 12월 4일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공공기관 세 곳(경기문화재단, 경기관광공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북부(고양시) 이전을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가 추구하는 가치인 공정한 세상의 핵심은 사람들 사이의 불균형,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3곳을 옮긴다 해도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북부지역 주민들이 가진 특별한 희생에 대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도는 당시 2020년 10월까지 타당성 검토 및 도의회 의결을 마무리하고 2022년 3월에 착공, 2024년 3월 준공, 2024년 8월 입주가 이뤄지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전부지로 정해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1818번지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고양사업단이 그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H 고양사업단은 현재 이곳에서 원주민 보상 업무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GH 현장 관계자는 “3개 공공기관은 현재 세워진 고양사업단 사옥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지어 입주하게 된다. 고양사업단 철거 예정 시기는 2024년”이라고 했다. 그는 “2024년에 건물을 헐고 행정 절차를 거쳐 착공에 들어간다. 준공과 입주 시기는 빠르면 2027년이나 2028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착공 시기를 묻자 “확실치 않다. 착공을 위한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2024년이 될지 그 이후가 될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가 처음 밝힌 이전 시기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차 이전 대상인 경기관광공사 경영전략팀 관계자 역시 “건물이 없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건물을 지어줘야 들어갈 텐데 우리(공사) 쪽으로 정확한 이전 시기도 알려오지 않은 거로 안다. 빠르면 2028년, 어쩌면 2030년이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정부 공공기관 이전이 그랬듯 모르는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올해 2월 17일 3차 이전 공공기관을 발표하며 1차 이전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세 곳을 2025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2025년 이전을 못 박은 셈이지만 정작 주무부서의 대답은 달랐다.
경기도 공공기관담당관 공공기관지원팀에 1차 이전 공공기관의 이전 시기와 진행 상황을 묻자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문화종무과에서 담당했었다. 우리는 2차부터 업무를 담당해 1차 기관의 이전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답이 나왔다. 2025년이라는 이전 시기도 “문화종무과에서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문화종무과 문화정책팀은 “1차 이전 당시 어떤 기관이 북부로 가면 좋은 시너지를 낼지 찾고, 그 기관들과 이전 협약을 체결하는 것까지가 우리 역할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공공기관 이전 업무 자체가 공공기관담당관 쪽으로 넘어갔다. 1차 진행 상황도 그쪽에 물어봐야 한다”며 공공기관담당관 쪽에 다시 배턴을 넘겼다.
이전 시기를 2025년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당시(2019년) 사업계획을 참고해서 보도자료가 나온 것 같다. 해당 사업을 인계받은 직원이 교육 중이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1차 이전이 늦춰지고 있다는 얘기는 우리 담당 기관(경기문화재단)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관련 기관과 담당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1차 이전 공공기관의 이전은 도 발표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가 1차 발표 당시 착공에서 준공까지 기한을 2년으로 잡은 것을 대입하면 이전 시기가 2027년~2028년 이후가 될 거라는 예측도 이상하지 않다.
한편 이 지사의 임기가 2022년 6월까지라는 점을 두고 이전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기관 북부 이전이 이 지사의 의지로 추진됐듯 만약 차기 도지사가 이전을 반대한다면 그때까지 이전을 완료하지 못한 기관들은 이전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대권 도전에 나서는 이 지사가 균형 발전이라는 좋은 이미지만 챙기고 정작 이전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전 철회 가능성에 대해 공공기관지원팀장은 “도와 시‧군 간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도지사가 바뀐다 해도) 공공기관 이전을 쉽게 철회하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이 불가역적 사안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부정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 안혜영 의원은 3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의 공공기관 이전은 도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됐다. 전날 몇몇 의원에게만 통보해놓고 그걸 협의라고 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이전 백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3차 발표처럼 이전은 (차기)도지사의 의사에 달린 것이다.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