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다큐멘터리 3일
고요한 어둠이 찾아오면 도시 곳곳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영웅들 환경미화원이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널리 퍼진 비대면 문화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급증했다. 자연스레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어나며 하루에 버려지는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만 해도 850t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나 처리시설 부족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깨끗한 거리, 쾌적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 허리를 숙이고 수만 걸음을 뛰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환경미화원을 만나보았다.
고요한 밤, 작은 불빛들이 골목을 밝히기 시작한다. 한아름 쓰레기를 들고 움직이는 미화원이다. 그들은 밤새 도시 곳곳을 누비며 플라스틱부터 음식물쓰레기까지 온갖 쓰레기를 수거한다.
미화원 한 명이 담당하는 구역은 직선거리로 약 10km. 골목길 사이사이 숨어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면 몇백 미터만 움직여도 수거 차량에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코로나 19 이후 늘어난 쓰레기 때문에 미화원의 발은 더욱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홀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김동영 씨의 오토바이는 조금 특별하다. 동영 씨의 담당 구역은 쓰레기 수거 차량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 오토바이에 수레를 매달아 좁은 골목길을 누빈다.
동영 씨의 오토바이는 미화원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다. 오토바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그는 본인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밝은 조명들로 자신의 오토바이를 꾸몄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조명을 재활용해 손수 달기 때문에 쓰레기는 동영 씨에게 보물이 되기도 한다. 14년 차 미화원의 일터 속 지혜가 돋보인다.
미화원들은 낮에도 쉬지 않는다. 재활용 쓰레기와 대형폐기물을 수거하는 전해성, 이창완, 윤남수 씨 팀이 하루에 수거하는 폐가구 양은 100개 이상. 2.5t 차량에 최대한 많은 폐가구를 실어야 하기 때문에 장롱, 화장대, 의자 구분 없이 모든 가구를 부수어야 한다.
오로지 손과 발만을 사용해 가구를 부수기 때문에 팔다리에는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 무단투기 단속반은 분리하지 않고 무단으로 배출한 쓰레기를 단속한다.
담배꽁초, 화장실 오물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를 파헤쳐 투기자의 증거를 찾는 모습은 마치 탐정 같다.
상계 2동을 담당하는 강황규 씨는 미화원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중국집’ ‘고깃집’ 안 해본 사업이 없었던 ‘사장님 강황규’ 씨는 이제 ‘미화원 강황규’이다.
18세 어린 나이에 상경해 지금까지 40년의 긴 세월 동안 상계 2동에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낳고 직장 생활도 하고 있는 황규씨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코로나 19 시대에 더더욱 빛을 발하는 환경미화원. 작진은 시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동네를 누비는 미화원의 3일을 기록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