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컨설팅비 23억? 바가지 결제 ‘아리송’
▲ 19일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이랜드 본사 사옥.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수사를 지켜보는 검찰 안팎에서는 자금 관리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이랜드그룹에서 직원 개인이 20억 원대 거액을 빼돌렸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방봉혁)는 지난 10일 이랜드그룹의 전직 자금본부 간부인 A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A 씨의 상사인 B 씨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배임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창 유동성 위기를 겪던 이랜드그룹은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사옥과 서초구 뉴코아 건물을 매각하려고 했다. 평소 그룹의 자금관리를 담당했던 B 씨와 그 밑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A 씨가 이 일을 맡았다. 그런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M 사를 설립했다. 다른 사람을 법인 대표로 내세웠지만 B 씨가 30% 지분을 갖는 등 사실상 두 사람의 회사였다. 그리고 이랜드그룹은 부동산 자산매각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대가로 M 사에 세 차례에 걸쳐 총 23억 원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이랜드는 결국 2009년 6월 가산동 사옥을 490억 원에 팔았고 8월에는 뉴코아 강남점을 2200억 원에 매각하며 급한 불을 껐다. M 사는 돈을 모두 지급받고 지난 3월 폐업했다. A 씨도 3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결국 이랜드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한탕’을 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던 셈이다. 무난히 마무리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작업’은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주변인들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수개월 내사를 벌이다 지난 10일 A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담당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외부 회사에 용역을 맡겨 회사 측에 손해를 끼쳤다(배임)고 보고 있다. 여기에 A 씨는 M 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4억 원가량 포탈한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검찰은 일단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A 씨나 B 씨 선에서 수사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단 부동산 컨설팅 비용이라고 보기에는 큰 금액인 23억 원을 윗선에서 결제해줬다는 것이 의심스럽고 이랜드㈜뿐만 아니라 이랜드리테일 등 계열사를 통해서 돈이 나뉘어서 지급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두 사람의 혐의를 횡령이 아닌 배임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이번 사건을 주도한 또 다른 인물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랜드의 세무조사에 참여했던 한 국세청 직원은 “이랜드그룹은 1000원짜리 한 장 허투루 처리하는 법이 없는데 깜짝 놀랐다”며 “이런 회사에서 23억 원이란 거금을 컨설팅 비용으로 선뜻 내어줬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랜드 측은 기자의 사실 확인 요청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 연결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