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매촉진행사 위반 관련 일부 이랜드 손 들어줘…공정위 재산정 과징금 통보에 이랜드 납부 뜻 밝혀
#공정위, 이랜드에 과징금 부과한 까닭
2019년 5월,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이랜드리테일에 과징금 2억 1300만 원을 부과했다. 소매업종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조 단위에 이른다.
2019년 5월,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이랜드리테일에 과징금 2억 13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뉴코아아울렛 한 지점.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한 해 동안 17개 아울렛 점포에서 314개 납품업자와 5077건의 판매 촉진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리테일은 매대, 행거 등 집기 대여 비용 총 2억 1500만 원을 납품업자에게 부담하게 했다. 판촉행사 약정서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2017년 8~10월에는 뉴코아아울렛 평촌점 154개 납품업자의 점포에 대한 대규모 매장 개편을 단행했다. 이때 이랜드리테일 측은 협의 없이 6개 납품업자의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1~60% 줄이고, 신규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81개 납품업자와 190건의 상품 공급 계약을 하면서 거래 형태, 품목, 기간 등의 계약사항이 명시된 계약 서면을 즉시 교부하지 않았다. 이랜드리테일은 서면 교부가 없었음에도 납품업자와의 거래를 개시했고, 최대 137일이 지난 후에야 납품업자에게 계약 서면을 교부했다.
이는 모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대규모유통업자는 약정 없이 판매 촉진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고,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의 매장 위치, 면적, 시설 등을 변경할 수 없다. 또 납품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즉시 양 당사자가 서명한 서면을 교부해야 하고, 교부 전에는 납품업자에게 상품 제조, 주문 등을 요구할 수 없다. 당시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비용을 추가로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법원으로 넘어간 이랜드의 이의제기
과징금 2억 1300만 원 중에서 계약서면 교부 위반에 대한 과징금이 1억 원, 판매 촉진 비용 부담과 매장 위치 변경에 관한 과징금이 각각 7700만 원, 3600만 원이었다. 공정위의 과징금 지급 명령 후 이랜드리테일 측은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서울고등법원은 1년이 넘은 2020년 8월에야 판결을 내렸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서면 미교부 190건 중 33건은 납품업자의 서명이 늦어졌기 때문이지 이랜드 측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납품업자의 서명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개시한 것 자체가 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지급명령 후 이랜드리테일 측은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사진=연합뉴스
판매촉진비용 부담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지적한 판매 촉진 행사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규제대상으로 삼는 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이랜드리테일이 직접 납품한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이 법 위반 사례에 포함된 것도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판매 촉진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주요 이유는 △주도적으로 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는 점 △가격할인 없이 유사한 상품을 모아 판매했다는 점 △납품업자가 품목, 가격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진행했다는 점 등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판매 촉진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대규모유통업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해 진행하는 행사 또는 활동만을 판매 촉진 행사로 규정해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랜드리테일이 직접 판매한 PB 상품 관련해서는 이랜드 측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따르면 공정위가 문제 삼은 5077건의 판매 촉진 행사 중 755건은 이랜드리테일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상품을 직접 판매한 행사다. 법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는 별개 사업자로 인정받기에 직접 납품하는 경우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과징금 재산정한 공정위와 승복한 이랜드
공정위는 2020년 9월 판매 촉진 행사 위반 혐의로 받은 과징금 7700만 원을 이랜드리테일에 환급했다. 법원은 과징금 납부명령 전부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판단할 수 없어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6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2일, 공정위는 이랜드리테일에 재산정한 과징금 6600만 원을 부과했다. 5077건의 행사 중 PB 상품 판매 행사 755건을 제외한 4322건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항소를 하기 위해서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만 한다. 이랜드리테일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랜드도 재산정된 과징금을 납부할 뜻을 밝혀 1년 10개월에 걸친 다툼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이랜드리테일은 110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됐지만 소송비용 등을 생각하면 큰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소송비용 중 70%를 이랜드리테일이, 30%는 공정위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재산정된 6600만 원에 대해) 납부할 예정이고, 이의제기를 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