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와 사라진 아이 행방 여전히 ‘오리무중’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 아무개 씨가 호송차로 이동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숨진 여아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부검을 했다”며 “시신의 부패가 워낙 심했고 미라화된 건조 상태라서 그렇게 알려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국과수에서 검사를 네 차례나 했는데 틀릴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틀릴 수 없다”고 단호히 답하며 “부검 당시 (담당 부검의가) 조직을 숨진 아동에게서 채취했고 분석기술이 STR이라고 하는, 설명이 어렵지만 결과가 바뀌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도가 99.9999%인 벌써 40년 넘게 확고한 기술로 자리 잡은 것이기 때문에 이건 바뀔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 A 양이 반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어머니인 김 아무개 씨(22)가 지난해 8월 A 양을 빈 집에 남겨둔 채 홀로 이사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체포했다. 하지만 DNA 검사를 통해 여아의 친모는 김 씨가 아닌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 아무개 씨(48)로 밝혀졌다.
석 씨는 이후 A 양이 자신의 딸이 아니며 DNA 검사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은 석 씨의 반발에 따라 총 4번의 DNA 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했다. 결과는 첫 번째 검사 때와 동일했다. 석 씨가 A 양의 친모라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A 양의 친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 경찰은 A 양의 친부를 찾던 중 석 씨의 내연남인 B 씨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2일 B 씨가 A 양의 친부가 아니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석 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인 C 씨를 상대로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그 역시 아이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석 씨의 딸 김 씨가 아이 엄마로 알려졌던 당시 경찰은 김 씨의 이혼한 사위를, 또 석 씨가 친모로 확인되면서 석 씨 남편에 대해서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A 양의 친부가 아니었다.
김 씨가 낳은 딸의 행방도 의문이다. 생존해 있다면 나이는 3세. 김 씨의 경우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이 있으며 산후조리원에서 일정 기간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28일 “당초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져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 씨가 아기를 출산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기의 인식표가 분리된 정황을 확인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신생아에게 인적사항을 담은 인식표를 부착한다. 신생아의 인적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다른 신생아와 뒤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석 씨가 비슷한 시기 자신이 낳은 아기와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석 씨는 경찰조사에서 “김 씨의 출산 다음날부터 퇴원할 때까지 매일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석 씨의 남편은 아이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최근 “아내가 아이 바꿔치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신생아와 100일 된 아기의 차이를 의료진이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석 씨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A 양을 집안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는 오는 4월 9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