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에 ‘법정 최고액’ 과태료 3억 원, 법인 임원은 검찰 고발
2016년과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를 방해한 애플코리아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애플의 조사 방해를 적발해 법인에 과태료 3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전직 임원 1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한다고 31일 밝혔다. 고의적 현장진입 저지·지연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은 고발은 2012년 6월 ‘과태료’ 규정을 ‘형사처벌’ 규정으로 개정한 이후 처음이다. 과태료 3억 원 역시 공정거래법상 규정된 최고 한도액으로, 공정위는 애플의 조사방해 행위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16년 6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성동 애플코리아 사무실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6명이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SKT·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TVㆍ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진열비, 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관들은 절차에 따라 조사 개시 공문과 전산ㆍ비(非)전산자료 보존 요청서를 먼저 나눠주고 조사에 착수했다. PC와 이메일 기록이 중요한 만큼 전산 자료를 삭제, 변경, 훼손, 은닉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고지했다.
그런데 조사가 한참 진행되던 오후 3시께 돌연 애플 사무실 내 인트라넷과 인터넷이 모두 끊겼다. 당시 조사관은 “네트워크가 끊긴 원인을 파악해 신속히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애플 측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애플은 이날부터 8일 뒤인 2016년 6월 24일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마칠 때까지 네트워크를 차단한 채 복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애플이 이통사와 맺은 계약 현황, 광고기금 집행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AMFT·meeting room)에 접속할 수 없어 전산자료를 직접 조사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결국 이통3사를 우회 조사하는 방식으로 애플이 이통사에 광고비를 떠넘기고 광고활동에 간섭했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애플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 네트워크 단절 관련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공정위가 두 차례에 걸쳐 네트워크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업무상 프로그램의 유무, 네트워크가 단절된 시각과 원인, 네트워크 담당자의 이름 및 연락처 등의 확인을 요청했지만 자료를 내지 않았다.
다음해에도 조사방해 행위가 이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 11월 당시 류 아무개 애플코리아 상무와 보안요원, 직원이 현장에 도착한 공정위 조사관들을 막아섰다. 조사관의 팔을 잡아당기고 막아서는 식으로 30여 분 동안 시간을 끌었다. 류 상무는 당시 현장에 있던 임직원 중 최고 직급이었다. 공정위 조사는 임의조사 형식이라 조사관이 현장조사 시에 경영진 등 현장조사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에 조사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이통사에 대한 갑질 혐의를 받은 애플이 제시한 동의의결(자진시정안)을 수용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낸 자진시정안이 타당하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은 시정안에 따라 상생지원기금 1000억 원을 마련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아이폰 사용자의 유상수리 비용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합의를 본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애플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및 법인·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과정에서의 방해 행위 처벌과 동의의결 허용 여부는 별개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의결은 심사 요건을 충족할 때 피해 구제의 신속성을 위해 자진시정안을 허용하는 것이고, 조사방해 여부는 이를 심사하는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조사방해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네트워크 차단 및 미복구(과태료 2억 원), 자료 미제출(1억 원), 고의적 현장 진입 저지·지연(검찰 고발)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기소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애플과 임원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