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세제 감면 등 특혜 폐지 제안…“경기도와 문재인 정부는 원팀” 선긋기 해석 반박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택임대사업자를 집값 폭등의 주역으로 지목하고 주택임대사업자 특혜 폐지를 제안했다. 그동안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를 강조해온 이 지사지만, 주택임대사업 활성화가 전반기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3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집값 폭등의 주역인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취소하고, 금융 혜택을 제한해야 하며, 주거용 아닌 투기‧투자 자산이므로 생필품인 주거용보다 조세 부담을 강화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등록된 임대주택만 분당신도시 10개에 육박하는 160만 채이니 미등록 임대주택까지 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주택이 투기‧투자용이 돼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막대한 혜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등록 주택임대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건보료 등을 감면받고 있다. 개인은 주택 1채만 가져도 납부해야 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에게는 면제 또는 80%까지 깎아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토부에서 자료를 받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에서 주택을 가장 많이 소유한 다주택자는 서울 서초구의 A 씨(59세)로 총 753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2위(서울 강서구 49세)와 3위(서울 마포구 42세) 역시 각각 591채와 586채를 보유했다. 주택 가액은 수천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이들은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나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는 종부세를 합산 배제 받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이런 혜택이 주어진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낸 김수현 전 수석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7년 8월 김 수석은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를 소개하며 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12월 13일 정부(국토교통부)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8년 장기 임대주택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해당 주택을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빼주기로 한 것이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2021년까지 감면하고, 건강보험료도 깎아주기로 했다.
당시 주택임대사업자 우대 기류를 타고 이들은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아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집값의 70~80%까지 돈을 빌려 주택을 사들였다. 개인들이 대출 규제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임대사업자들은 속칭 ‘쓸어 담기’에 나섰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3년간 임대사업자 수와 그들이 소유한 주택은 대폭 늘었다. 2018년 등록된 임대주택은 98만 채였으나 2년 사이 159만 채로 늘었고 등록 임대사업자 역시 26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규제에 나서겠다는 스탠스를 취했지만 정작 임대사업자들의 반대에 막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위해 마련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시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제도를 다듬어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고 장기 임대를 통해 책임 있는 임대인의 역할을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막대한 혜택을 안은 임대사업자들은 이번 정부 들어 주거 안정화에 기여하기는커녕 집값 폭등의 주역으로 지목받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철회 및 정책 추진 관료 문책, 임대사업자 대출 전액 회수 및 이후 대출 금지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임대사업자 저격이 청와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지사는 3월 28일에는 “최근 국민들 마음이 심상치 않다. 개혁 성공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고 30일에는 “청년들을 두고 ‘선택적 분노’를 보인다며 나무라시는 분들도 있는데 부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LH 사태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도 책임지려 않는 정부 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는 해석이 있었다. 30일 글 역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20대의 경우 역사에 대해 경험치가 낮다’는 발언을 지적한 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가 정부 여당에 향한 부정적 기류가 자신에게 옮겨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31일 “청와대와 선 긋기에 나섰다는 주장은 그분들의 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 이 지사는 경기도와 문재인 정부는 원팀이고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고 따르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의 세제 혜택 취소 주장이 어느 범위까지를 의미하는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종부세 합산 배제 축소, 임대소득세 인상 등의 추측이 오갔지만 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 의원은 “임대사업자가 받는 세제 혜택을 ‘모두 취소’하고 다주택자의 조세 부담을 강화하면 되겠지요”라며 “세금 때문에 주택 여러 채 보유 못 하겠다는 항의가 터져 나오도록 하면 되겠지요”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