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건물명 언급하며 옆 학교 여고생 성희롱·모욕 “특정 가능할 것”
지난 3월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마이너 갤러리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희롱·모욕 사건이 트위터에서 공론화됐다.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3월 31일 트위터에는 ‘천안 A고 남학생들의 성희롱을 폭로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B 씨는 이 학교 이름으로 된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모욕성 글과 댓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 학교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그X 혼내주고 싶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브라 라인 보이는 거 더 선명하게 하고 싶음’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고 싶음’ 등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예전에 △△관(해당 학교 내에 있는 건물)에서 보X들 자습하던데”라는 댓글을 달거나 “화장실에선 똥만 쌉시다 흰 거 싸지 말고” 라는 글에 “너 여고에 안 싸냐”라는 댓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일부 여학생들의 신상과 실명의 일부를 거론한 성희롱 글도 올라왔다가 삭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논란을 공론화한 B 씨는 “A고는 이 사실이 드러나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로 이 일을 여고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덮기에 급급하다. 저희 여고 학생들은 혹시라도 남고 학생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까 두렵다. 저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글은 1일 오후 현재 약 2만 건의 리트윗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A고 측은 “공론화 글에서 언급된 모든 사건이나 논란은 남고와 여고가 인지한 즉시 전부 공유하고 있으며 어떤 것도 덮으려 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시인사이드에서 발생한 여학생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는 “남고 학생으로 특정이 가능한 글에 대해 우선적으로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있으며 철저한 익명제인 해당 커뮤니티의 특성상 문제의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 전부 A고 학생들의 글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학교 학생들만 알 수 있는 건물 이름을 언급하며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지칭한 댓글의 작성자만큼은 재학생 또는 졸업생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의 악성 이용자들은 VPN 우회 프로그램으로 IP를 바꿔가며 경찰 수사를 피해온 전적이 있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의 네티즌들은 대부분 자신의 통신사 IP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공조를 통해 작성자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A고와 여고 측은 스쿨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와 관할 경찰서에 보낼 수사 의뢰 등 공문을 준비 중이다.
A고 측은 “지난 3월 29일 이 사안에 대해 여고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바로 공식적인 수사 의뢰를 요청드렸다. 저희는 기숙형 학교이기 때문에 전교생의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한 아이의 잘못으로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원격 수업 중인 1학년 남학생들에게 이 사안과 관련한 학교 측의 입장과 무관용 원칙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담임 선생님 한 분이 교직원들에게 발송됐던 메시지를 공유했다. 그것을 한 학생이 캡처해서 또 다시 디시인사이드에 올렸던 것을 지적했던 것이며 제보자를 찾으려 한 사실도 없다”라며 “은폐하려 했다면 애초에 그런 내용을 학생들과 공유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고 측은 “학교로써 책임질 것은 모두 다 책임질 것이며 이 같은 피해가 계속 발생할 때마다 사이버수사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며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 논란을 두고 (공론화한) 여학생들에게 ‘너희가 일을 크게 만들어서 학교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는 등의 2차 가해 문제다. 익명성에 숨어 아이들이 또 다시 공격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갤러리의 운영자는 논란 발생 직후인 지난 3월 31일 커뮤니티 측에 갤러리 폐쇄를 요청한 상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