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H오토모티브, 기한 내 투자의향서 제출하지 않아…쌍용차 “현재는 투자자 기다릴 수밖에”
#자본잠식에 상장폐지 위기
쌍용차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3월 23일 쌍용차의 2020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삼정회계법인은 거절 이유에 대해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 항목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유·무형자산 및 관련 손상차손의 적정성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의 2020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거절인 경우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 중이고, 쌍용차 주식 거래도 정지된 상태다.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서는 쌍용차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전 감사인이 의견거절 사유가 해소됐다는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의 이의신청 기한은 오는 4월 13일까지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한 내에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쌍용차가 상장폐지까지 당하면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쌍용차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881억 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쌍용차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쌍용차가 제출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잠시 미뤄주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쌍용차는 정상영업을 하면서 채권단과 구조조정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다.
쌍용차의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절실하지만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8월,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 실사를 진행하면서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로 거론됐다. 서울회생법원은 감자를 통해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을 25%(현재 74.65%) 수준으로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P플랜’을 HAAH오토모티브에 제시했다.
#새로운 투자자 모집 난항
서울회생법원은 HAAH오토모티브에 2021년 3월 31일까지 쌍용차 투자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끝내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1일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취재진에게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결과를 보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전했다.
2019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2019서울모터쇼에서 쌍용자동차 관계자들이 올 뉴 코란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혀 HAAH오토모티브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2015년 설립된 전기버스 제조업체로 전기저상버스, 전기트럭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자본총액은 217억 원으로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보인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곳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실 가능성은 떨어져 보인다”며 “과거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고 했다가 감당하지 못해 포기한 것과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고 전했다. 쌍용차 관계자도 “에디슨모터스와 특별히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HAAH오토모티브 대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에 투자하더라도 P플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동의가 필요하다. 산은 관계자는 쌍용차에 대해 “책임 있는 투자자가 명확한 사업계획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입장”이라며 “(에디슨모터스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 받은 것이 없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투자 못 받으면 법정관리?
쌍용차는 최근 몇 년간 자산 매각 및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2019년 8600만 원에서 2020년 6600만 원으로 줄었다. 올해 1~2월 임금에 대해서도 50%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다. 또 부산물류센터, 구로서비스센터 등의 유휴 자산도 지난해 매각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쌍용차가 경기도 평택공장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만큼 자산재평가를 통해 장부가액을 늘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도 자산재평가 목적에 대해 “자산 및 자본증대효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쌍용차의 자체적인 현금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 복지도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임금 삭감은 어렵고, 매각할 자산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2021년 3월 판매량은 7152대로 2020년 3월 9345대에 비해 2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도 좋지 못하다.
쌍용차가 끝내 투자를 받지 못하고, 상장폐지까지 이르면 법정관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투자자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