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 및 현 정부 스타급 인사들 줄줄이 도마…“노무현 정부 인사 떠올렸더라면” 지적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년간 차관급 이상 공직자 11명이 낙마하면서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인데도,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인사 책임론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로 승승장구했던 김상조 전 실장이 ‘전세금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키면서 3월 29일 전격 경질되자 문재인 정부가 ‘인사 참사’로 레임덕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 대담 때 문 대통령이 마음을 고쳐먹었더라면’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청와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박은숙 기자
#청와대의 시민단체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마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직격한 김상조 전 실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내면서 ‘재벌 저격수’로 얼굴을 알린 사람이다. 때문에 그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평생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 것 같은’ 청렴과 개혁 이미지로 각인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다.
그러나 겉과 속은 달랐다.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불과 이틀 전 자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게 드러났다. 자신이 전세 세입자로 사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오른 탓에 자신도 청담동 아파트 보증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언론에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 본인과 가족의 예금 신고액이 14억 7000만여 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돈이 부족해 전세금을 올렸다”는 그의 해명은 거짓 변명이 돼버렸다.
위선적 행동으로 낙마한 김 전 실장처럼 문재인 정부는 시민단체 출신들을 많이 기용했다. 시민단체 중에서도 참여연대는 독보적으로 많은 인재풀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을 기용한 결과는 김 전 실장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좋은 성적표를 만들지 못했다.
대한민국 중앙부처 모든 정책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었는데 초대 정책실장이었던 장하성 현 주중 대사부터 점수가 좋지 않았다.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았던 장 전 실장은 “무리하게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동반 퇴진했다. 장 전 실장이 주도했던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판단에 이르자 문재인 정부는 슬그머니 ‘포용적 성장’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장 전 실장은 서울 강남 집값이 치솟던 2018년 9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가 호된 비판 세례를 받았다. 장 전 실장은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경실련 조사에서 이 아파트 시세는 2017년 1월 17억 9000만 원에서 2019년 11월 28억 5000만 원으로 폭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장 전 실장 바통을 이어받아 사회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승진한 김수현 전 실장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전문가로 판단해 임용됐던 김수현 전 수석의 경우 정책실장으로 승진했지만 집값 급등세가 꺾일 줄 모르면서 임명 7개월 만인 2019년 6월 물러나야했다. 특히 사회수석 재직 중 그가 사는 과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는 전철 노선이 신설되는 등 개발 호재로 집값이 폭등한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실장 역시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고성준 기자
수석급 외 청와대 참모진에도 참여연대 출신은 많았다. 비서관급(괄호안은 참여연대 활동당시 직책)으로는 황덕순 전 고용노동비서관(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김성진 전 사회혁신비서관(경제금융센터 소장),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사회복지위 실행위원), 송인배 전 제1부속비서관(부산 참여연대 조직부장) 등 4명이 1기 청와대 멤버로 들어왔었다. 현재 의전비서관인 탁현민 비서관도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 이력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야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할 때마다 빈자리를 관료 출신으로 대체하고 있다. 김상조 실장이 물러난 정책실장 자리에 기재부 출신의 이호승 전 경제수석을, 경제수석에도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을 임명하는 등 관료 출신들을 기용하는 중이다.
#과도한 스타 의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가 문재인 정부 레임덕을 가져온 치명타였다면, 튼튼하기만 하던 이 정부의 기초 체력을 무너뜨린 결정적 한방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터졌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임명 인사가 이뤄지고, 그 직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빚어진 시점부터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조국 전 장관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너무 키워준 발탁 인사가 문제가 된 겁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 특정 스타가 나와 화려한 개인기로 국정을 이끌 수 있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몇몇 스타들이 자기 플레이, 그리고 자만에 빠진 거예요. 그리고는 서로가 잘났다고 싸우면서 갈등을 일으킨 겁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렇게 풀이했다.
조국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수석비서관이었다.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문 대통령은 더 큰 자리를 맡겼다. 야당이 온갖 비판을 쏟아냈지만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시킨 것이다.
하지만 장관 임용자에 대한 검증을 맡아야 할 민정수석이 곧장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면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청와대의 장관 내정 발표 직후 각종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었고,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그 회오리의 중심에 문재인 정부 또 한명의 스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윤 전 총장 역시 문재인 정부가 키운 스타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기도 전에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냈다. 검사장 경력이 없는 윤 전 총장을 일약 발탁해 검사장 자리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보냈다. 더욱이 장관도 아닌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발표를 청와대가 직접 하면서 윤 검사장에 대한 ‘과도한 예우’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에서 공신 예우를 받았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취임 초부터 정권과 각을 세웠고, 그를 제압하러온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물론, 여당 의원들과도 맞섰다. 추미애 전 장관이 야심차게 추진한 윤 총장 징계 결정이 법원에 의해 막히면서 문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며 인사권자로서 사과까지 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 수사권 박탈에 항의하며 검찰총장직을 내던졌고, 보수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1번’으로 도약했다.
#참여정부 떠올렸다면
문 대통령의 인사 결정을 최종 보좌하는 핵심 키맨인 비서실장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최근 여당에서 많이 나온다. 운동권 출신의 임종석, 야당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던 정치인 출신 노영민이 아닌 좀 더 안정감 있고 친화력 있는 인물로 채워나갔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노 전 실장은 실거주 목적 한 채만 남기고 모든 부동산을 처분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자 서울 강남 아파트를 지키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먼저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부동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떠올리면서 여당 인사들은 오히려 지금 자리에 앉아있는 유영민 비서실장이 “좀 더 일찍 왔더라면”이라는 한탄을 쏟아낸다. 이런 연장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계승자임을 자처했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는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지만, 청와대 핵심 보직인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인사만큼은 안정감 있고 친화력 있는 인물로 가져갔다.
노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경우 초대는 친화력이 좋은 문희상 실장을, 두 번째는 연세대 교수 출신의 김우식 실장을 기용했다. 세 번째는 언론인 출신 이병완 실장, 마지막에는 문재인 민정수석을 실장으로 기용했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정책실장도 문재인 정부처럼 특정 시민단체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성향이나 경력을 다양화했다. 초대 정책실장에는 학자(이정우·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를 썼지만 이후엔 박봉흠(행시 13회) 김병준(국민대 교수) 권오규(행시 15회) 변양균(행시 14회) 성경륭(한림대 교수) 등 학계와 관계를 오가며 다양한 인물을 받아들였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있었던 한 공무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정부가 버거워하는 한미FTA 등 창조적 정책도 과감하게 도입했다. 그것은 제대로 된 인사를 통해 대통령 귀가 열렸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극히 편중된 인사풀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