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류현진’은 선입견…강도 높은 훈련 소화, 12월부터 불펜피칭 빌드업”
류현진은 2일 새벽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류현진 전담 트레이너를 맡은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는 “홈런 맞은 실투가 정말 아쉽다”는 평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는 지난 11월 중순부터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닝 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바람에 류현진보다 뒤늦게 미국 플로리다 토론토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지만 한국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덕분에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 캠프에 적응했다.
장 코치는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닝을 맡기 전까지 류현진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지난겨울 트레이닝 코치가 필요한 류현진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23년간 몸담았던 KIA 타이거즈에서 나와 류현진의 손을 잡고 토론토 선수단에 합류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류현진 때문이다. 장 코치가 경험하고 있는 류현진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선수라는 것. 자신이 코치이면서도 오히려 선수한테 배울 때가 있을 정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4월 2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과 함께 큰 숙제를 매듭지은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KBO리그에서는 수차례 개막전을 경험했겠지만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류현진 선수의 시즌 첫 등판이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
“경기 전에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보단 아무 일 없이 무난하게 마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경기 후에는 홈런 맞은 실투가 정말 아쉽더라. 그 공만 아니었으면 개막전에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1승을 날린 게 잊히질 않는다. 나도 이런 마음인데 선수는 오죽하겠나. 오늘 경기에서 양키스 선수들이 류현진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제대로 맞은 공이 홈런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장 코치는 “류현진(사진)에 대해 게으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면서 “실제 만나니 훈련량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제공
“어제부터 비가 왔고, 경기 전까지 조금씩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류현진의 코가 빨개졌을 정도로 엄청 추웠다. 경기 시작하면서 해가 비춰 중계 화면에는 따뜻한 날씨처럼 보였겠지만 더운 지역의 플로리다에 있다가 뉴욕으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추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류현진이 잘 던졌다. 팀도 양키스와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류현진 선수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처음 류현진을 만났을 때 선입견이 있었다. 훈련 많이 하는 걸 싫어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가 좋으니 운동을 게을리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1월 중순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하는데 5일 훈련하고 이틀 쉬는 스케줄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힘들고 지쳐 쉬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체면이 있어 간신히 참았다. 류현진은 단 한 번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그 강도 높은 훈련을 모두 소화해냈다. 선수가 쉬자고 하면 못 이긴 척하고 나도 쉬고 싶었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더라. 내가 KIA에 있을 때 한국에서 운동 제일 열심히 하는 선수가 양현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양현종보다 류현진의 훈련량은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리고 류현진의 불펜피칭 스케줄이 완벽했다. 한국에서부터 불펜피칭을 하고 미국으로 향했는데 그때부터 볼 개수를 정해 놓고 조금씩 늘려 개막전까지 맞춰왔다. 한국 투수들은 겨울에 캐치볼은 해도 불펜피칭은 안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12월부터 불펜피칭을 했다. 그 이유를 캠프 와서 알았다. 팀 에이스로서 개막전 선발은 정해진 상황이라 선수가 개막전 등판을 계산해서 미리 투구수를 정해 놓고 빌드업해 온 것이다. 그 점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개막전 앞두고 돌발 변수는 없었나.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는데 그때 몸의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투구수를 맞추려고 등판 마치고 불펜피칭을 이어갔는데 그때 공 던지면서 밸런스 잡는 걸 캐치했던 모양이다. 불펜에서 내려올 때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의 문제점을 금세 파악하고 잡아낸 그는 정말 천재다. 야구에 관해서는 천재다.”
―최근 추가한 운동 항목이 있다면?
“줄넘기다. 점프력 향상을 위해 줄넘기를 시작했는데 류현진이 2단 뛰기 30, 40개를 거뜬히 해치운다. 류현진의 줄넘기 실력을 보고 미국 선수들도 도전하지만 2단 뛰기를 전혀 못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장세홍 코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뉴욕 양키스 타선을 제대로 막아낸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보며 새삼 자신이 어떤 선수와 함께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류현진은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장세홍 코치가 가장 큰 박수를 보내는 부분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