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성화섬 대표가 1999년 낙찰받아…삼영타워 등 고가 부동산도 그의 소유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당초 한일그룹 계열사인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 소유였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한일그룹이 해체되면서 1999년 경매에 나왔다. 낙찰의 주인공은 41억 8000만 원을 제시한 주 아무개 씨로 현재까지도 부지를 소유 중이다. 그는 부지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2000년부터 입주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벌었고, 국내 최고가 땅 보유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하지만 주 씨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공시지가가 높은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해당 건물에 스타벅스, 파스쿠치 등 카페가 주로 입주했고, 2009년부터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입주해 전 층을 사용 중이다. 그간 해외 관광객이 명동으로 몰리면서 네이처리퍼블릭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발길이 끊기면서 과거의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금은 관광객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며 “명동에서 다른 매장들도 운영했지만 워낙 상권이 죽어서 현재는 해당 매장만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주 씨는 2006년 명동역 인근 충무로2가에 위치한 부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주 씨는 이곳에 6층 규모 건물인 삼영타워를 건설했고, 현재 삼영타워 1~5층에는 음식점, 미용실 등이 입주해 있다. 삼영타워 부지의 공시지가(개별 공시지가 기준)는 1㎡당 6821만 원으로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삼영타워 연면적이 1200㎡(약 363평)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보통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주 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B 아파트에 살고 있다. 현재 B 아파트의 시세는 1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 씨가 대표로 있는 일성화섬 법인등기부에는 주 씨의 거주지가 삼영타워 6층으로 나온다. 이 밖에 주 씨는 서울시 송파구 소재 H 아파트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H 아파트는 2020년 12월 17억 9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법인등기부상 일성화섬의 본사 위치는 주 씨의 거주지와 같은 삼영타워 6층이다. 일성화섬은 1996년 설립된 생활용 섬유제품 도매업체로 나름 20년이 넘은 회사지만 외부감사 대상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회사 규모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상 자산 120억 원 이상, 부채 70억 원 이상,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종업원 수 100명 이상 등 4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다. 일요신문은 일성화섬에 주 씨와의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일성화섬 관계자는 “현재 주 씨가 자리에 없어서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한 후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지난 7일 삼영타워를 직접 방문했지만 일성화섬 직원은 만나지 못했다. 건물 내에는 폐업한 음식점도 보였다. 삼영타워에 입주한 음식점에도 주 씨에 대해 문의했지만 사장이 부재중인 관계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삼영타워 1층에는 과거 네이처리퍼블릭이 입주한 바 있지만 현재는 철수해 공실로 남아있다.
명동에 위치한 삼영타워. 현재 일성화섬의 사무실 위치는 삼영타워 6층이고, 1~5층에는 음식점 등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폐업한 음식점도 보였다. 사진=박형민 기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일성화섬은 2009년 서울시 중구에서 남양주시로 본사를 이전했고, 2013년 삼영타워 6층으로 다시 본사를 옮겼다. 2010년대 초반 주 씨의 장남이 일성화섬 감사를 맡기도 했지만 현재는 주 씨가 일성화섬의 유일한 등기임원이다. 2009~2013년 일성화섬이 본사를 뒀던 남양주 건물은 주 씨의 두 아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NICE평가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일성화섬은 2009년 매출 27억 원, 영업손실 6800만 원을 기록했다. 2009년 말 기준 일성화섬의 자산 18억 1900만 원 중 18억 300만 원이 현금, 재고자산 등 유동자산인 것으로 보아 적어도 이때까지는 일성화섬 명의의 부동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NICE평가정보는 정보가 부족해 2009년 이후 자료는 기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으로서의 일성화섬은 존재감이 없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2020년 1월 국세청은 발표한 납세자의 날 정부포상 후보자 명단에 일성화섬이 이름을 올렸다. 고용창출, 사회공헌활동 수행 및 투명한 회계처리를 통한 성실납세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규모도 크지 않은 일성화섬이 어떤 방식으로 고용창출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상 후보자는 각 지방 국세청이 추천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지인 또는 본인을 추천할 수도 있다”며 “추천을 받은 후 선정 기준에 따라 포상 대상자를 정한다”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비싼 땅도 명동에…‘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공시지가 기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비싼 땅은 1㎡당 1억 9900만 원의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다. 해당 부지는 1962년부터 상업은행이 소유 중인 곳으로 상업은행이 한일은행, 평화은행 등과 합병해 우리은행이 되면서 토지 소유주도 우리은행 명의로 변경됐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 연속 공시지가 1위를 기록한 곳이다. 2005년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에 역전당한 후부터는 만년 2위에 머물러 있다. 명동의 주요 상권이 을지로역 인근에서 명동역 구간으로 이동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땅값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지역 공실률은 2019년 말 9.2%에서 2020년 말 12.6%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하락, 자영업자 감소, 임대매물 증가 등으로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증가했다”며 “특히 상가는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명동 상권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실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