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는 쿠폰가와 다를 바 없는 등 중개자 핑계로 책임회피 비판론…네이버 “법적 책임 다해”
네이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실제로 네이버의 연간 온라인 거래액은 27조 원으로 네이버는 정보의 창구뿐 아니라 거래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쇼핑이 우위를 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쇼핑은 가격 비교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면서 유통업계 판을 키워 나갔다.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면 판매 중인 업체에서 내놓은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이 ‘최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이버쇼핑에서 언급한 최저가 상품이 실제로 최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이커머스업계에서 금칙어를 정해 판매 제한을 걸어놓은,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일부 제품을 네이버쇼핑에선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쿠팡과 함께 업계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네이버쇼핑이 유통시장을 오히려 어지럽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쇼핑 ‘최저가’ 진실은?
A 씨는 얼마 전 네이버쇼핑에서 122만 6840원어치 육아용품을 구매하려 했다. 결제하려던 찰나 회원정보 기입을 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해당 이커머스에 직접 로그인해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 A 씨는 같은 제품이 136만 220원에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해당 이커머스에서 제공한 할인쿠폰을 적용해 제품을 구매하면 네이버쇼핑에서 제안한 가격과 같다는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네이버쇼핑의 최저가가 이커머스에서 제공하는 쿠폰 할인가와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며 “정말 네이버쇼핑만의 최저가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쇼핑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고 저렴하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에서 최저가로 올라온 상품은 대부분 이커머스에 접속해 쿠폰 할인을 통한 가격과 같다. 또 일부 이커머스의 특가를 통해 판매하는 진짜 최저가 상품은 네이버쇼핑에서 찾을 수 없다.
같은 상품을 여러 판매자가 판매하는 경우를 대비해 이들을 직접 가격 비교하는 이커머스도 등장해 네이버쇼핑 최저가 검색의 매력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11번가는 2019년부터 ‘커머스 포털 전략’을 통해 11번가 자체 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최저가 가격 비교 등을 이행한다. 11번가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정보를 찾은 다음에 쇼핑 채널로 넘어오지만 그럴 필요 없이 바로 11번가 사이트 내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고 가격 비교, 리뷰 확인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업계는 네이버쇼핑과 제휴를 끊기 어렵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이 활성화된 이커머스들도 앱을 통한 소비자 유입이 80% 정도 되지만 네이버를 통한 소비자 유입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한 소비자 트래픽을 무시할 수 없어 (판매가의) 수수료 2%를 내고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제휴를 유지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고 귀띔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11번가 등이 네이버쇼핑에서 철수했다가 소비자 유입 경로가 차단돼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입점한 바 있다. 이는 네이버쇼핑에서 제품 노출이 온라인 쇼핑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커머스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품은 건 결국 네이버”라며 “대부분 이커머스업체들이 모든 상품을 포털사이트 가격 검색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네이버 최저가가 꼭 항상 최저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 포털인데…상품 실화냐?
네이버쇼핑에서 판매 중인 논란의 제품들.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일본 최고의 통과 영혼 가미카제’ ‘자위대 물품 패치’ ‘일본 위안부 여성용 (신발)’ ‘다케시마 일본 라이징 선 플래그 넥 워머’…. 일부 소비자들은 네이버쇼핑에서 판매하는 이러한 제품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전쟁범죄, 성 착취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제품명과 이를 반영한 물품들이기 때문이다. 가미카제, 자위대, 일본 위안부 등은 국제사회에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자행한 만행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역사 문제로 한일관계의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국내 유통업계는 분위기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9년 7월 당시 일본 아베 정권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전격 발표하면서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었고 일본과 연관된 브랜드 등은 무너졌다.
네이버쇼핑에서는 지금도 DHC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이커머스업계는 이를 예의주시했다. 일본과 관련한 제품에 대해 검열을 엄격히 진행했다. 하지만 네이버쇼핑 분위기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한때 국내에서 연매출 470억 원을 올렸던 화장품 기업 DHC의 상품 판매다.
DHC는 2019년부터 “일본이 한글을 통일시켜 지금의 한글이 됐다” “독도는 예로부터 일본의 영토다”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등의 망언을 이어온 탓에 국내 이커머스업체 등에서 DHC 제품 판매가 중단됐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에서 DHC를 검색하면 수만 가지 제품이 노출된다. 일본 현지에서 배송하는 해외직구 상품도 있다. 앞서 언급한 전쟁범죄, 성착취 등을 제품명으로 내세운 의류·잡화·도서 등도 존재한다.
#중개자니까 괜찮아? 공정위 “책임 현실화”
네이버쇼핑은 이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될 때마다 ‘중개자’ 역할을 강조해오고 있다. 제품 판매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쇼핑 홈페이지 하단에는 ‘네이버(주)는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네이버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네이버쇼핑이 제품 구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 1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1위로 나타났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플랫폼은 역할·거래관여도가 증대되었음에도 현행법상 중개자라는 고지만으로 면책돼 소비자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유통채널을 담당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부합하도록 책임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법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상품을 검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