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래 절벽에도 시흥 아파트값 여전히 ‘후끈’…“각종 개발 호재로 매수 문의 늘어”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전국적으로 치솟았던 집값 상승이 최근 주춤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거래 절벽’에 내몰린 상황이지만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는 여전히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5일 일요신문이 다시 찾은 시흥은 공기업 직원들이 원정 투기까지 올 정도로 가치 있는 땅으로 점찍은 곳이 되어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4월 1일 발표한 ‘3월 5주(3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0.92% 상승했다. 전주(1.09%)와 비교하면 소폭 하락한 상승률이지만 3월 초부터 5주 연속 꾸준히 1%에 가까운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서울 강남 등 최근 하락 추세에 들어선 다른 지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매매가격 상승폭은 0.05%에서 0.03%로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시 역시 3월 5주 매매수급지수는 134.8로 서울 강남의 매매수급지수인 107.3보다 높았다.
시흥의 집값은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야동의 ‘시흥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4월 5일 8억 63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물건이 지난 1월에는 6억 8800만 원이었다. 신도시 지정 발표 두 달 만에 약 2억 원이 뛴 셈이다.
시흥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이후 인근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A 씨는 5일 “당분간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다. 이유를 꼽자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신도시 선정이고 나머지 하나는 유명세다. 신도시로 선정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데다가 시흥은 사실상 공기업 직원들이 찍은 땅이다. LH 땅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시흥이랑 광명이 금싸라기 땅이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됐지 않았느냐”며 “개발 호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늦게라도 들어갈 수 있는 땅을 찾는 분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꾼’들만 알던 땅이 모두가 아는 땅이 된 것이다.
만약 정부가 부당 이득을 취한 이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땅값은 고스란히 투기꾼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행법 내에서는 수사기관조차도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행위를 모두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시흥과 광명의 3기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정부는 일단 사업을 추진하되 사후적 조치로 이들의 부당이익을 걸러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