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생산 피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적…자연 확산 능력 뛰어나 방역에 어려움
중국에서 붉은불개미 주의보가 발동됐다. 사진=AP/연합뉴스
3월 26일 농업농촌부를 비롯한 9개 관계부처는 불개미 합동방제작전 발대식을 열었다. 농업농촌부 관계자는 “봄, 가을 두 계절의 불개미 활약기를 놓치지 않고, 집중적인 방제 활동을 3~5년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불개미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연합체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불개미 확산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농업농촌부 등에 따르면 현재 불개미는 12개 성, 435개 현으로 전파됐다. 최근 불개미가 급증한 현 이상 행정구는 191개로 파악됐다. 이는 2016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광저우의 한 시민은 “닭, 오리, 개 할 것 없이 다 물렸다”면서 “야외활동이나 소풍을 갔을 때도 잔디밭에서 (불개미를)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광저우의 또 다른 시민도 “불개미에 한 번 물린 적이 있다. 상처가 매우 아프고 물집이 생겼다. 하루 종일 약을 발라야 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물린 곳에 종기가 나 있었다”고 전했다.
2020년 훙싱신문은 쓰촨에서 발생한 불개미 사건들을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8월 한 어린이가 바닷가에서 놀다 불개미에 물려 혼수상태에 빠졌다.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 의식을 찾고 회복했다. 그보다 앞선 5월에는 아슈다 마을의 주민들이 불개미 습격을 받았다. 청도의 화시곤충 박물관 자오리 관장은 불개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불개미는 위턱을 이용해 사람의 피부를 공격하거나 복부 끝에 달린 독침으로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공격할 때마다 독주머니에선 독이 나온다. 불개미에 쏘인 뒤 화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그치지만, 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쇼크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불개미는 사람과 동물 등을 물어뜯을 뿐 아니라 농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 전문가들은 불개미가 중국의 ‘식량 안보’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부터 인구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이 향후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며 자급자족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화난농업대학교 불개미 연구센터 루용웨 센터장은 불개미가 농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작물의 뿌리, 줄기, 잎, 열매 등을 직접 갉아먹어 피해를 입힌다. 실제 고구마의 경우 불개미로 인해 전체 생산량의 3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불개미가 농업지역을 침입하여 농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을 초래하고 농경지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은 불개미가 발생한 후 병충해 발생이 훨씬 심해졌다는 것이다. 불개미가 나타난 곳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병충해가 최대 80%까지 늘어났다.
시난임업대학 산림보호학과 교수이자 개미류 전문가인 쉬청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개미가 생태계에도 엄청나게 위협적인 존재라고 경고했다. 그는 “불개미는 적응력이 강하다. 원자폭탄과 같은 분열 반응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불개미는 토종개미를 몰아낼 뿐 아니라 딱정벌레, 거미 등도 잡아먹는다. 이대로 가다간 먹이사슬에 재앙을 초래하고 재래종의 진공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오리 관장 역시 “국내엔 천적이 없다”면서 불개미가 중국 토종 개미의 다양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남미가 원산지인 불개미는 대부분의 개미와 만났을 때 우위를 점한다. 또 인공적으로 만든 잔디밭 등에서 토종 개미는 쉽게 제거되지만 불개미는 그렇지 않다. 일부도시에서 불개미가 다량 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개미의 위험성에 비해 방제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30년 가까이 개미류 연구에 종사한 탄수진 곤충학 박사는 “불개미는 다른 곤충과는 달리 바람이 부는 날 지상 300m 위치에서 5~6km까지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자연 확산 능력이 뛰어나다. 또 쉽게 물류를 통해 전파돼 물건과 차량 등을 거쳐 확산되고 둥지까지 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