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 판정 후 친모 만난 야오처 최근 숨져…병원 배상금 재판 중 두 부부 갈등 빚기도
생모와 상봉한 야오처. 사진=웨이보 캡처
지난해 2월 평소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던 야오처는 병원에 갔다가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간암 말기. 야오처 모친 쉬민은 간이식 등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28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왔던 야오처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쉬민 부부는 야오처를 출산했던 하이허병원 부속병원에 찾아갔다. 그 결과 아이가 바뀌었단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던 다른 부부의 아이가 쉬민 부부의 진짜 아이었다. 병원 직원들의 실수로 퇴원할 때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를 안고 병원을 나갔다.
수소문 끝에 쉬민 부부는 자신의 친자식 궈웨이가 허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2020년 4월 17일 쉬민 부부는 궈웨이를 만나 통곡을 했다. 야오처 역시 이날 아픈 몸을 이끌고 친엄마인 두신지를 만났다. 두 부부는 늦게까지 아이가 바뀐 이유, 또 궈웨이를 찾게 된 경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쉬민 부부는 야오처가 아프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갈등의 씨앗이었다. 두신지는 “쉬민은 처음 만날 때부터 무뚝뚝한 얼굴이었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난 후 궈웨이를 데리고 현장을 떠났고, 그 이후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고 전한 바 있다. 겉으론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실제론 싸늘했다고 한다.
두 부부는 아이들이 태어났던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 당시 두신지 부부는 28년 만에 만난 아들 야오처가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신지 부부는 쉬민 부부에게 “우리가 더 건강한 아이를 드리게 되는 것이네요. 우리는 아픈 아이를 얻게 됐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쉬민은 “그 아픈 애가 원래 당신 아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병원에서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야오처. 사진=웨이보 캡처
이 대화가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선 쉬민이 두신지 부부가 일부러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이에 따르면 간질환을 앓고 있는 두신지가 혹시나 유전될지도 모를 아이 대신 건강한 아이를 데려갔다는 것이다.
두신지 부부의 첫째 딸도 간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쉬민은 향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 내내 “누가 무슨 이유로 아이를 바꾼 것이냐. (실수라고 하기엔) 의문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신지는 “우리는 혈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낳은 아이가 개똥이라도 황금과 바꾸지 않는다. 야오처가 태어날 때 지표는 모두 정상이었다. 28년 후 아플 거라고 어떻게 예측하고 아이를 바꾼단 말이냐”라고 했다. 야오처도 세간의 소문에 대해 “우리 엄마 아빠(쉬민 부부를 지칭)가 먼저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고 일축했다.
야오처와 두신지 부부는 지난해 7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그해 12월 1심 판결은 이들에게 76만 위안(약 1억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2심이 열렸고, 올 2월 법원은 이들에게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하지만 2심이 열릴 당시 야오처는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두 부부의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배상금을 놓고서였다. 사실 쉬민 부부가 소송에서 빠진 것도 돈 문제가 가장 컸다. 두신지에 따르면 쉬민은 배상금이 지급될 경우 8 대 2 비율을 요구했다고 한다. 두신지는 “야오처가 쉬민에게 양보를 부탁했다. 그러나 쉬민은 굽히지 않았고, 결국 소송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쉬민 부부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쉬민 부부는 야오처의 양육비, B형 간염 치료, 간암 치료 등을 위해 많은 돈을 썼다고 언론 등에 하소연했다. 치료비를 대기 위해 돈을 빌렸고, 지금도 매달 2만 위안(350만 원가량)을 갚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오처 간에 좋다는 약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고도 했다. 쉬민 부부는 기자들에게 “(아이가 바뀌어) 우리 인생이 망하고, 집안이 망했다. 3대가 희생됐다”고 울먹거리기도 했다.
야오처는 자신의 치료 때문에 두 부부가 싸우는 것이 싫다면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소송에 나섰다. 또 병원에서 일부 선지급 된 배당금도 치료비로 썼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야오처와 쉬민 부부 사이에도 결국 금이 갔다. 쉬민 부부는 2020년 10월 이후 야오처가 입원한 병원에 단 한 차례만 방문했다. 이이 대해 쉬민은 “친부모에게 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둘 사이엔 감정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쉬민은 한 네티즌과 인터넷상에서 설전을 벌이면서 “내가 낸 돈으로 내가 산 집에서 살며 내가 보낸 쌀을 먹고 내가 보낸 일용품을 쓰면서 유언비어를 퍼트려 나를 공격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야오처를 비난했다. 야오처가 일부 언론 및 네티즌과 모의해서 자신과 관련된 음해성 글을 올렸다고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야오처는 2021년 1월 중순 증세가 급격히 위독해졌다. 두신지는 “병상의 야오처는 눈을 감고 뽀얀 피부를 뽐냈다. 마치 갓난아이 같았다. 그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깰까봐 망설이다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서 “28년이나 흘렀지만 그는 내 아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쉬민 역시 야오처를 찾아 “정말 보지 못하겠다. 나와 야오처의 관계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무도 우리 둘을 대신할 순 없다”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야오처는 지난 3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엔 궈웨이와 쉬민 부부도 참석했다. 두신지 부부는 야오처 유언대로 시신을 화장했다. 두신지는 “장례를 치르고 나면 정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야오처는 유언을 통해 두신지 부부에게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부탁했다.
두신지 부부는 28년 만에 찾은 아들을 잃었다. 그리고 28년 동안 키워온 아들은 진짜 부모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야오처가 남긴 가족들을 얻었다. 밤마다 수면제 없인 잠을 이룰 수 없다는 두신지는 “이쪽 아들도, 저쪽 아들도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라면서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