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시한 4월 12일 오후 1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희비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한적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한국시간 기준 오는 4월 12일 오후 1시까지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왼쪽)와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4월 11일 자정(현지시간)이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는 12일 오후 1시까지다. 미 행정부는 ITC 판결이 있었던 날로부터 60일간 미국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난 2월 10일 ITC는 LG가 SK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LG의 손을 들어줬다. SK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으로 10년 간 미국에서의 생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완성차 업체인 포드에 대해서는 4년,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2년 동안 SK의 제품 수입을 허가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양 측이 합의하면 그 즉시 수입금지 조치는 효력을 잃게 되지만, 각각 제시하는 합의금 격차가 수조 원에 달했고 이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3월 말 하루 차이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LG 측은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고 SK는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며 대립이 격화됐다.
극적인 합의는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 결정이 무효가 되면서 SK는 기사회생하게 된다. 반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ITC 결정이 확정돼, 그대로 효력을 가지게 된다. LG는 SK에 지금보다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SK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州)에선 SK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SK는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했다. SK는 최소 26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조지아주와 미 정치권에 홍보하고 있다. SK는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지아주 공장을 그대로 두겠지만, 반대의 경우 조지아주 생산설비를 헝가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알리면서 미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LG가 요구하는 합의금보다 이전 비용이 덜 들 것이란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州) 주지사는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ITC의 SK 배터리 수입금지 판결을 뒤집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켐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조처가 없으면 SK의 26억 달러(약 2조 8992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의 장기 전망이 큰 타격을 받는다”며 “대통령은 2600개의 일자리가 달려있는 또 다른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옳은 결정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LG 측은 미국 측에 5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SK가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한다면 이곳을 LG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례도 LG 측에 힘을 싣는다. ITC설립 100여 년 동안 영업비밀 침해 사건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