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파괴해도 품질은 유지해야
▲ ‘유가네닭갈비’를 운영하는 이승용 씨(왼쪽)와 ‘장터치킨’을 운영하는 김영재 씨. 음식은 싸게 팔면서도 품질은 떨어트리지 않아 성공을 거두고 있다. |
서울 금천구에서 퓨전 주점을 개업한 김 아무개 씨(39). 최근 떠오르고 있는 막걸리와 2000~1만 원 내외의 저렴한 안주를 갖추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씨는 싸게 많이 팔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적극적으로 영업에 임했다. 개업 후 2개월 정도는 한 달 매출이 3000만 원을 넘어설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런데 채소 값 폭등으로 원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신의 인건비는커녕 임대료를 마련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그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안주에 사용하는 재료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고 기본 서비스 메뉴도 없애버린 것. ‘음식 맛과 서비스가 예전 같지 않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이다’ 등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은 더욱 줄어들었다. 매출에 어려움을 겪던 김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부동산에 점포를 내놓고 말았다.
김 씨처럼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가격’의 유혹에 흔들리게 마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제품을 싼 값에 구입하고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 값에 먹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당장에 지갑이 열리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단서 조항이 있다. 가격은 싸지만 좋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한 번 올라간 소비자들의 입맛과 눈높이는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가격이 핵심 전략일 때는 품질의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고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40평 규모의 ‘유가네닭갈비’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용 씨(38)는 가격대비 품질 만족도를 높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은 닭고기와 밥을 함께 볶아주는 볶음밥 종류. 가격은 4500~5000원 선으로 인근 점포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물론 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08년 개점 후 6개월 정도는 어려움을 겪었단다. 방문 손님을 통해 싸고 맛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하루 평균 300~400명의 손님이 다녀가는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단다.
음식 값이 저렴하다보니 손님의 대부분은 학생들이고 직장인 단골손님도 상당수라고 한다. 손님들은 이 씨에게 맛있는데 왜 이렇게 싼지, 강남에서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는데 물론 남는 게 없지는 않단다. 마진율을 낮추는 대신 판매율을 높여 수익을 높이는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단, 좋은 재료를 사용해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님의 입맛은 정확해서 질 낮은 재료를 쓰면 대번에 알아챈다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잖아요. 값이 싸다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곧바로 외면 받습니다. 우리 점포는 아르바이트생도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이들도 나중에는 결국 손님이 되어 이 집은 가격이 싸지만 음식은 제대로 하는 곳이라는 평을 해줍니다. 정직한 운영이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셈이죠.”
부산 사상구에 같은 브랜드의 음식점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재료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므로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가맹사업의 경우 서로가 마진을 낮춰 ‘윈윈’ 할 수 있는 본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구로구 주택가 인근에서 7평 규모의 ‘장터치킨’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재 씨(34)도 저가 치킨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는 치킨 두 마리를 1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평일 160마리, 주말에는 200마리 이상을 판매, 월평균 2500만~3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엔 노점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500만 원으로 인천 부개동의 중소형마트 앞에서 두 마리 치킨전문점을 열어 1만~1만2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했는데 맛과 가격, 위생과 서비스 등에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손님이 꾸준히 늘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보니 소비자들이 원하는 치킨과 기존 브랜드 간에 틈새가 보이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의 가격은 너무 비싸고, 저가 치킨은 맛이 2% 부족하다는 의견이었죠. 그 간격을 좁혀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다른 노점 운영자들은 두 마리 치킨이 가격 대비 맛이 떨어져 대부분 2~3개월에 한 번씩 자리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전략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면 노점이라 할지라도 한 자리에서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그는 국내산 정품 닭과 매일 새 기름을 사용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은 자신만의 염지 방법도 개발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육가공업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가맹사업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지난 10월에 서울 구로구 주택가 이면도로에 테이크아웃 형태의 치킨전문점을 열었다. 조리 방법도 체계화시켰다. 20~30마리의 치킨을 초벌구이한 뒤 손님이 주문을 하면 4~5분 정도 다시 튀겨내는 방식을 택했다. 맛있는 치킨을 싼 값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150마리의 치킨을 판매했다. 순수익으로 따지면 그간 1200만 원 정도를 벌어들였고 두 달이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 씨는 “불황일수록 비용을 줄여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리다매 사업의 경우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품질과 서비스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