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40년에 ‘범죄수익은닉’ 5년 추가, 총 45년 선고될까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의 항소심 재판이 다음달 종결된다.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2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외 5명의 항소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주빈의 공범 천 씨를 처음 수사한 당시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재판에 참석한 경찰관은 “사건이 이슈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 씨를 ‘박사’인 줄 알고 데려왔는데 막상 조사해보니 박사가 아닌 것 같아 당황했다”며 “그러다 (천 씨의 전자기기에서) 다른 여성들의 나체 사진들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 사건에 보다 많은 것들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천 씨 측 변호인은 범행은 자백한다면서도 해당 수사는 부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이 1·2차 조사를 하며 별건 범죄를 인지한 상태에서 추가 영장 없이 부적법하게 인지 수사를 해 이후 수집된 증거들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2019년 11월 7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천 씨의 외장하드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이때 천 씨의 휴대전화에서 수사 중이었던 피해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발견됐고 수사가 진행됐다.
‘별건 범죄에 대한 영장을 받았나’는 질문에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A 경감은 “보고를 받고 포렌식을 맡겨 정식적으로 확인되는 사진에 대해 추가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민했다”고 답했다. 또 ‘위법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나’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A 경감은 “피해자 사진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죄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여죄가 있으니 포렌식을 맡겨서 더 확인해봐야 했다. 천 씨에게 보여주고 설명했다”며 “당시 여죄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본인도 시인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있기 때문에 5월 말에는 선고를 하려 한다”며 “오는 5월 4일 공판기일에 변론을 최대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주빈은 2019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1월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이후 박사방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받아 환전하는 방법으로 53차례에 걸쳐 약 1억 800만원의 수익을 감춘 혐의 등으로도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1심에서 각각의 사건으로 분리돼 진행된 두 사건은 조주빈 등이 항소하면서 병합됐다. 이 때문에 다음달 선고에서는 최종 형량이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 5차 공판은 다음달 4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