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이송지연과 사망간 인과관계 없다”…불송치 방침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 씨가 23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살인과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치사·치상,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9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 아무개 (32)씨를 ‘혐의 없음’ 처분하기로 했다.
최 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 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 분 간 구급차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실랑이로 인해 이 차에 타고 있던 79세 폐암 4기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약 5시간 만에 숨졌다.
환자 유족은 같은 해 7월 최 씨를 살인 등 9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급차 환자 사망 책임을 묻는 살인·특수폭행치사 등 혐의로는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판부에서도 사고와 환자 사망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검찰 불송치’로 가닥이 잡히면서 경찰 단계에서 나머지 혐의도 모두 인정하지 않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감정 결과 ‘고의적 이송 지연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최씨의 행위가 환자를 사망케 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피해 차량에 의료종사자가 동승하지 않아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수폭행치사·치상 혐의는 이미 기사가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돼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구급차에 탄 환자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했으나, 과학적 분석 결과 범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최 씨는 이 사건을 비롯해 2015년부터 5년간 전세 버스나 회사 택시·트럭 등을 운전하면서 가벼운 접촉사고로 총 2150만원 상당의 합의금 등을 챙긴 혐의로만 구속 기소돼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