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걸어라 온병원’, 체계적 전문 재활프로그램으로 합병증·후유증 예방
[부산=일요신문] 올해 79세 김 모 할머니는 6년 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후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를 다쳤다.
흉추 압박골절로 스스로 거동하기 힘들어 2019년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별다른 치료 없이 장기간 요양병원에 입원 중 흉추 압박골절은 호전됐으나, 여전히 거동이 어려운 데다 뜻밖에 인지장애를 겪었다.
기억력이 급속히 감퇴했고, 급기야 자신을 돌보는 간병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됐다. 상황이 자꾸 나빠지자 가족들의 배려로 김 할머니는 지난해 1월 전문 재활치료를 하는 병원에 입원해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게 됐다.
매트·하네스(Harness)를 이용한 보행훈련을 통해 혼자 보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재활병원 입원 당시 횡설수설하던 김 할머니는 인지 조절 약물투여와 함께 작업 재활치료를 통해 치료사의 이름까지 외우는 등 지남력(Orientation)이 개선되고 일상 대화가 가능해져서 입원 한 달만에 퇴원해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온 박 모 할머니(71)는 지난해 11월 모 정형외과병원에서 인공무릎관절 수술받은 뒤 제대로 된 재활치료 없이 보름여 만에 퇴원했다.
수술만 하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이라고 여겼던 박 할머니는 퇴원 이후 무릎이 굳어지는 느낌과 수술 부위가 지속적으로 부어올라 고통스러웠다. 수술 전에는 비록 절뚝거리긴 해도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었으나, 외려 수술하고 나니 무릎을 제대로 펼 수 없어 거동이 극도로 불편해졌다.
결국 박 할머니는 재활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정상인의 경우 무릎 관절이 135도까지 굽혀져야 하나, 재활병원 입원 당시 그는 100도에 그칠 만큼 나빴다. 특히 무릎 대퇴사두근의 위축 증세까지 보였다. 재활병원에서 지속적 수동운동장치 (continuous passive motion)를 통해 무릎 관절의 가동범위를 조금씩 늘려 정상상태로 호전시켰다.
또 무릎을 지지해주는 근육인 대퇴 사두 근육 강화훈련, 무릎뼈 관절 가동 술 (patellar mobilization) 등으로 보행 시 무릎 통증을 줄이고,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정상 보행을 도왔다. 동시에 냉각 치료(크라이오 테러피)와 통증 물리치료를 통해 무릎 통증 관리와 더불어 열감과 수술 부위 부종을 개선시켰다.
두 할머니의 사례처럼 수술 후 재활치료는 수술 부위 주변 근육의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로 통증을 줄이고 수술 부위의 빠른 회복을 통해 일상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적으로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부산의 ‘일어나 걸어 라온 병원’ 재활의학과 김태희 과장은 “수술 환자들은 특히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통해 최대한 손상 이전의 기능을 회복하고 후유증 예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술 후 재활치료’의 적응증은 다양하다. 척추 및 관절, 근육 관련 질환 등의 수술 후에 주로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어깨 및 허리 수술, 인공관절 치환술 같은 고관절 수술,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 등 무릎 관절 수술 등을 받은 뒤 1∼3개월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후 재활프로그램은 재활 치료의 부작용으로 예상되는 합병증과 재손상 가능성을 철저히 고려하여, 기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수술 범위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프로그램의 양과 강도를 조절하는 단계별 재활 치료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재활 치료의 종류로는 크게 운동 치료, 통증 조절을 위한 물리치료, 냉각 치료 등이 있다.
대표적인 운동치료의 하나인 도수 치료는 신경 및 근골격계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수기 치료법으로 신체 전반적인 기능을 회복시킨다. 근육과 근막, 인대 등을 이완시키며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을 도와 부기를 가라앉힌다.
특히 수술 후 제한되는 관절 가동범위를 최대한 빨리 정상범위로 확보하고, 약해진 수술 주변의 근육 강화를 통해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대표적인 치료가 도수치료다.
복합 운동치료는 수술 후 스스로 관절 운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수동적 지속 운동 장치인 CPM(continous passive motion)을 이용해 관절 운동 상태에 따라 무릎, 어깨 관절을 적절한 각도로 굽혔다 폈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관절 가동 범위와 회복 속도를 향상하고, 수술 관절의 유착도 예방할 수 있다.
온열치료와 초음파 치료, 전기자극 치료 등 통증 조절을 위한 물리치료도 중요하다. 온열 치료는 핫팩(Hot Pack), 적외선 치료(infrared) 등이 있으며 혈액순환 촉진과 대사 작용의 증가를 통해 수술 부위 경직이나 통증을 완화한다. 초음파 치료는 체내에 금속물이 있어도 치료 가능하며, 근육 긴장을 완화시키고 부종이나 혈류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경피적 전기 신경 자극 치료(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는 피부에 전극을 붙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전기가 흐르도록 하는 재활치료 방법으로, 급성과 만성 통증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김태희 재활의학과 과장은 조언했다.
최근 인기 있는 재활치료법은 냉각 치료(Cryotherapy)다. 치료 부위에 냉기를 분사하여 수 초 이내에 피부 온도를 섭씨 0∼4도로 차게 해서 근섬유가 이완되거나 염증반응 유발 효소의 분비를 줄임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킨다.
다양한 신체부위에 적용할 수 있으며, 냉기에 의한 치료여서 안전하고 시술 시간이 3분 이내로 짧은 게 이 치료의 장점이다.
온종합병원 김태희 재활의학과 과장은 “정형외과 수술이나 종양 수술 후 흉터 완화, 미세수술 등 수술 후 처치,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족저근막염 등 통증 질환, 테니스 엘보·골프 엘보·급성 염좌 등 스포츠의학, 만성 염증성 류머티즘 질환·건초염·골막염·건염 등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재활치료에 크라이오 테라피가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밖에 체외에서 통증 부위에 충격파 에너지를 전달해 근육의 긴장과 위축을 풀어 통증 감소와 혈류 순환을 도와줌으로써 주변 조직의 재생효과를 촉진하는 체외충격파 치료(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일어나 걸어라 온병원’ 김도연 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대부분 외과적 수술 이후 제때 적절한 재활치료는 수술 부위의 빠른 기능 회복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합병증과 후유증 예방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며 수술 이후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