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대기업, 언론사 지분 10% 초과 불가…계열분리로 자산규모 줄이기? 호반 “정해진 것 없어”
호반그룹이 최근 대한전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합병(M&A)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 앞과 뒤
지난 3월 말,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산업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특수목적회사(SPC) (주)니케를 통해 보유 중인 대한전선 지분 40%다. 매각가는 주당 735원으로 총 2518억 원이다. 지난 4월 26일 대한전선 종가 1185원에 비해 4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대한전선 지분 약 14%를 가진 채권단이 태그얼롱(Tag-along·동반매도권)을 행사하면 호반그룹은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2020년 말 기준 호반산업의 자산총액이 1조 649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호반그룹은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호반그룹은 2018년 리솜리조트를 인수해 호반호텔&리조트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9년에는 서서울컨트리클럽(CC), 덕평CC 등 국내 골프장을 인수했다. 또 2020년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수주를 따냈고, 최근에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호반그룹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대한전선 인수 역시 당장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한 사업 다각화 측면이라는 분석이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호반그룹의 기존 사업구성을 감안하면 대한전선과의 사업적 연계성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대한전선 경영권 인수 목적도 호반그룹의 사업 기반의 다각화와 성장성 제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대한전선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가 2020년에서야 2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한전선의 매출은 2018년 1조 6488억 원에서 2019년 1조 5547억 원으로 줄었다. 2020년에는 1조 5968억 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2010년대 초반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경영 환경은 대한전선에 우호적이다. 최근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4월 23일 기준 1톤(t) 당 9545.50원으로 1년 전인 2020년 4월 23일 5120.50원에 비해 86% 가까이 상승했다. 또 LS전선과 더불어 유일하게 해저케이블 제조가 가능한 국내 업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그린뉴딜 정책 등으로 인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해저케이블 관련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구리 가격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KBC 지분 매각? 아니면 계열분리?
현재 호반그룹은 지역민영방송(지역민방) KBC의 지분 39.59%를 가진 최대주주다. 서울신문의 지분도 19.40%를 갖고 있어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에 이은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KBC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직접 경영을 맡고 있다.
건설사의 언론 사업 진출은 흔한 일이다. 서울방송(SBS)을 소유한 태영그룹, 울산방송(UBC)을 소유한 SM그룹, 헤럴드미디어그룹을 소유한 중흥그룹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호반그룹의 언론사 지분 보유가 특이한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KBC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직접 경영을 맡고 있다. 2015년 3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임시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상열 회장. 사진=연합뉴스
언론사가 그룹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호반그룹이 소유한 KBC와 서울신문은 2020년 각각 62억 원과 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흑자를 거두기는 했지만 호반그룹 전체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KBC의 경우에는 일회성 요인인인 투자자산처분이익 99억 원이 반영된 수치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언론사가 건설 사업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건축 허가를 위해 담당 공무원을 만날 일이 매우 많다”며 “이럴 때 언론사 회장 직함을 갖고 만나면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대우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그런데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하면 이들 언론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방송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은 신문사·통신사·지상파 방송사 등 언론사의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20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반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 2000억 원이다. 2020년 말 기준 대한전선의 자산총액은 1조 1995억 원.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하면 자산총액은 10조 원이 넘어가게 된다. 오는 5월 예정된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현황 발표는 2020년 말 기준이기에 대한전선 인수로 인한 자산 증가는 2022년 5월 발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2022년까지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방송법은 ‘방송법을 위반해 소유한 지분이나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호반그룹이 KBC 지분 매각에 대한 유예 기간을 적용받더라도 의결권은 10%까지만 인정된다. 현재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증권과 대신송촌문화재단을 통해 KBC 지분 13.2%를 보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날을 기준으로 법이 적용되고, 방통위는 지정 6개월 내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기 전에도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으면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의결권은 10%만 인정된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KBC를 매각하지 않고 종합편성채널(종편)로 변경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대기업이 보유 가능한 지상파 방송사 지분은 10%지만 종편은 30%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종편은 라디오 방송 등이 불가능해 대규모 사업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방통위가 종편 허가를 내준다는 보장도 없다.
서울신문 보유 지분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지난 4월 28일 지분 매매 합의를 맺었다.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전량을 180억 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계열분리가 거론돼 주목된다. 일부 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 자산 규모를 10조 원 미만으로 낮추면 언론사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안 그래도 호반그룹의 계열분리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현재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은 주택 사업을,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와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사장은 각각 토목과 리조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호반산업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김민성 상무가 41.99%를 소유 중이고,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각각 11.36%, 4.67%를 갖고 있다. 나머지 41.99%는 자기주식이다.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보유한 호반산업 지분만 정리하면 지분상으로는 어렵지 않게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2020년 말 기준 호반산업의 자산 규모는 1조 6490억 원으로 대한전선보다 규모가 크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방송사 지분 매각 계획이나 계열분리 가능성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