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2조 원’ 세계 최대 규모…1조 원 의료 사회환원, 미술품 2만 3000점 기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 이건희 회장(사진)의 유족들은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건희 회장 상속 내용 및 상송세 납부 방안 등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고 이건희 회장. 사진=연합뉴스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건희 회장 상속 내용 및 상속세 납부 방안 등을 발표했다. 상속방안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상속세 신고 및 납부기한을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 없이 삼성전자가 자료를 내는 방식으로 공개됐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지분 약 19조 원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약 26조 원으로 확정됐다.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가 더해졌다.
12조 원은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2조 원을 1차 상속세 납부시한인 이달 말까지 내고, 나머지 10조 원가량은 5년간 나눠 납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차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은행 신용대출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지분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개인별 지분율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공유지분’으로만 신고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공시사항이라 상속세 납부 마감인 오는 30일 이후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개인 소장 미술품은 당초 알려진 1만 3000점보다 많은 2만 3000점이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구체적으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이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2008년 ‘비자금 특검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차명 재산을 실명 전환하며 사회환원하겠다고 약속한 1조 원의 구체적 용처도 공개됐다. 유족들은 전액을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코로나를 비롯해 인류 최대 위협이 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한다.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 원을 기부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 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 원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 측은 “유족들이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며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도 다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